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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개발과 가내수공업 개발의 차이

어떤 방식이 더 효율적이고 저렴할까?

by 그럴수있지 Feb 09. 2025

’외주(SI 개발)’과 ‘가내수공업’(인하우스) 개발이라는 용어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여러분이 이 책을 읽는 2025년 현재 대부분의 기업은 크던 작건 IT조직을 모두 가지고 있다. 언젠가부터 IT조직을 비즈니스에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각 기업의 본업은 천차만별이다. 통계청 한국 표준산업분류에 따르면 가장 세세하게 직업 분류를 나눴을 때 1205개나 된다고 하는데, 모든 분야가 소프트웨어와 영향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사회 현상을 반영하듯 컴퓨터공학 입시는 벤처 열풍이 불던 1990년대에 이어 스마트폰 혁명을 타고 2010년대에도 최고 인기를 달리고 있다. 소프트웨어 제작이나 게임회사처럼 IT를 주요한 상품으로 영업하는 회사는 개발자 출신이 창업하기도 하며 그렇지 않더라도 핵심기술인 ‘개발능력’을 가진 프로그래머들을 직접 채용한다. 이런 형태를 보통 인하우스 개발이라고 부르며 집안에서 직접 IT문제를 해결하기에 가내수공업에 비할 수 있다. 반면 전통적인 산업권에서 IT역량이 없는 기업들이 필요에 의해 이를 해줄 사람이나 업체를 외부에서 찾게 되는데 이를 ‘SI/SM개발’이라 부르고 외부에 의뢰해 처리하기 때문에 바깥 외(外), 부탁할 주(注) 한자를 써서 ‘외주개발’이라고 부른다.


개발자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개발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회사가 IT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전통적인 업무분야인 대부업을 예를 들면,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고 사용기간에 따라 이자를 받는 것이 본업이다. 성실하게 이자를 잘 갚아낼 고객을 구별해 돈을 떼이지 않는 것이 일의 핵심이 된다. PC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돈을 빌리려는 사람과 빌려주려는 사람 모두 직접 만나서 소통해야 했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세상이 바뀌었다. 요즘은 양측 모두 직접 만나기보다 스마트폰이나 PC로 만나지 않고도 일이 진행되길 바란다. 그래서 IT기술이 필요해졌다. IT기술자가 없는 회사는 이를 처리해줄 수 있는 외부업체에 비용을 지불하고 기술개발을 맡겼고, 그 운영 역시 돈을 써서 해결한다. 마치 정수기를 렌탈하는 것처럼 대가를 지불하면 정수기를 만드는 것도, 필터를 관리하는 것도 해결이 가능하니 문제될 게 없다. IT기술이 발달하기 전이나 후나 대부업에서 제일 중요한 건 ‘어떤 사람에게 돈을 빌려줘야 하는가’이기 때문에 IT기술은 비용을 지불하면 해결 가능한 정도의 입지를 가진다.


반면 가내수공업 회사는 다르다. 보유한 IT역량은 회사의 가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회사를 생각해보자. 게임 Software를 만드는 개발팀은 회사의 핵심 중의 핵심 부서다. 아무나 채용해서는 안 되며 개발팀의 수장이 회사의 대표를 맡는 경우도 있다. 개발을 바깥의 다른 업체에 맡겨 해결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자사의 기술이 아니라면 지속적으로 유지/개발하는 게 어려울 뿐 아니라, 어느 순간 그 업체가 그것을 무기로 사용해 사업 자체가 무너질 각오도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개발역량이 핵심인지 여부에 따라 개발팀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필자는 후자의 기업에서 지내다 전자의 기업으로 직장을 옮겼던 기억이 있다. 사내 서열로 봤을 때 분명한 추락이 있었다. 업무방식과 소통 방법에 있어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Legacy 기업이 인하우스 개발을 구성할 때 문제점

전통적인 산업군의 기업들도 세상이 변함에 따라 조직구성을 많이 바꾼다. 이 주제에서 개발팀은 뜨거운 감자이다. 당장의 비용 측면에서 외주개발이 유리한 점이 있지만, 여러 조건들이 충족되었다는 전제하에 인하우스 개발이 더 높은 품질의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인하우스 개발팀을 직접 꾸려가고 있다. 하지만 둘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조직을 구성하는 과정 내내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조직 문화의 충돌이 가장 먼저 일어난다. SI 방식에 익숙한 관리자들은 개발자들을 여전히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인력으로 생각한다. “이전에는 이렇게 안했는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하나요?“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개발팀이 제품의 방향성이나 기술 결정에 의견을 내면 월권이라 여기는 경우도 많다.

비용 관점에서도 많은 혼란이 있다. 기존에는 프로젝트 단위로 비용을 책정하고 관리했다면, 이제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 개발자 교육, 개발 환경 구축, 기술 스택 업그레이드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들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전에는 이런 비용 없이도 잘만 했는데…“라는 생각이 팽배하다.

프로세스의 혼란도 심각하다. SI 개발에서는 문서 중심의 폭포수 모델이 일반적이었다면, 인하우스 개발팀은 애자일하고 유연한 프로세스를 선호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조직의 결재라인과 보고체계가 새로운 개발 문화와 충돌한다. 특히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기존의 관료적인 절차가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

인재 영입과 유지는 더욱 어려운 과제다. 뛰어난 개발자들은 대부분 기술 중심의 회사를 선호한다. Legacy 기업에서 제시하는 연봉이나 복지가 좋더라도, 기술적 성장이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선뜻 지원하지 않는다. 설령 좋은 인재를 채용하더라도, 기존 문화와의 충돌로 인해 이직률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모든 선택에는 장단점이 있듯, SI 개발과 인하우스 개발 모두 각자의 가치가 있다. SI 개발은 전문 업체의 축적된 경험과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활용할 수 있고, 비용 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인하우스 개발은 기업의 비즈니스를 깊이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선택의 시대가 아니다. 모든 산업이 디지털 전환을 겪으면서,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은행은 더 이상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니라 핀테크 기업이 되어야 하고, 제조업체는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야 하며, 유통업체는 온라인 플랫폼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단순히 외주로 해결할 수 있는 ‘비용’으로 보는 시각은 위험하다.

따라서 기업들은 인하우스 개발팀 구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물론 모든 개발을 내재화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기업의 핵심 경쟁력과 직결되는 영역만큼은 자체 개발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개발자를 채용하는 것을 넘어, 그들이 성장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

핵심 기술의 내재화는 단기적으로는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투자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를 통한 혁신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외부에 의존해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결국 진정한 디지털 혁신은 내부의 기술 역량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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