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인턴 도전기
2018년, 학부 3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선택했다.
보통 여자 동기들이 4학년 시작 전에 휴학을 많이 하기도 했고 학교가 워낙 시골에 있다 보니 학교 밖 세상이 궁금했다. 물론 아무런 계획 없이 결정한 건 아니었고 한 가지 중대한 목표를 세웠다.
인턴이라는 것을 해보자.
여행도, 아르바이트도, 어학 공부도 아닌 꼭 인턴을 해보고 싶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졸업도 전에 인턴을 하는 것은 뛰어난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믿었고 나는 그 뛰어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혹여나 어디 세상 물정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소리냐고 나를 질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당시의 나는 단지 나의 가치를 한껏 증명해 보이고 싶었던 맹랑한 대학생일 뿐이었다. 결론만 놓고 보면 이때 인턴에 도전했던 건 여러모로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커리어의 성장도 있었고, 특히 정신적으로 크게 성숙해질 수 있었다.
어쨌든 이 개구리는 '인턴'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만을 보며 휴학길에 오르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4년에 걸쳐 총 네 번의 인턴 생활을 하게 된다.
#첫 번째 도전
휴학을 마음먹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모집 공고가 하나 있었다. 외국계 게임 회사의 디자인 인턴 공고였는데,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회사였고 무엇보다 내가 게임을 좋아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갔다. 이 회사에서 인턴을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그건 이력서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적어본 첫 이력서는 나의 성실한 학교생활을 증명이라도 하듯(?) 참으로 깨끗했다. 이름, 학교, 학점을 적고 나니 더 이상 적을 게 없었다. 외국계 회사인데 어학 점수라도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마감일이 얼마 남지 않아 시험을 보고 지원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지원하는 경험이라도 해보자며 일단 이력서를 제출했고, 놀랍게도 면접의 기회까지 주어졌다. (어떻게 서류 통과될 수 있었는지는 아직도 궁금하다)
대망의 면접일, 나는 면접자 중 가장 첫 번째 순서로 면접을 보게 되었다.
"이력서에 학점 말고 다른 내용은 하나도 없네요? 자격증도 없고... 학교 다닐 때 뭐 했어요?"
이건 정말 실제 상황이다. 과장이나 보탬 없이 면접관의 질문을 그대로 적어보았다. 그래, 궁금해하지 않는 게 이상하지. 그도 그럴 것이, 그때부터 인턴은 '금턴'이라 불리며 경쟁이 나름 치열했다. 그만큼 뛰어난 지원자들도 많았기에 기업에서도 고스펙자들이나 이미 인턴,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어떻게 답변을 할까 고민했다. 짧은 고민 끝에 너무 답변에 힘을 주지 말자고 생각했고, 학교에서는 학업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대신 학교 다닐 때 열성적으로 했던 게임들, 그리고 아주아주 많은 시간을 들여 완성한 나의 랭크에 관해 이야기하니 면접관도 이 친구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며 추가로 몇 가지 게임을 추천해 주기도 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나는 합격 통보를 받았다.
당시 나의 면접을 보았던 팀장님은 잘 보이려고 꾸며내지 않고 솔직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내가 좋아 보였다고 했다. 오히려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그러고 보면 남들보다 뛰어나서가 아니라 회사에서 원하던 순수하고 열정적인 인턴상에 내가 운 좋게 딱 맞아서 기회를 얻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이유야 어찌 됐든 나는 그토록 원하던 인턴십을 시작하게 되었고, 사회인으로서의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TMI 몇 가지
1) 한 번에 합격한 것은 아니다. 총 5곳에 지원을 했고 가장 마지막에 면접을 본 회사에만 합격했다.
2) 인턴 당시 회사에서 가장 어린 직원이었다. (한국 나이 23세, 만으로는 21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