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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DA다정 Mar 04. 2024

패션미래 Unit 1을 마무리하며

1. 극적인 석사 입학  - Late Enrollment : 늦은 등록


Late Enrollment : 늦은 등록. 

Late Enrollee 수업이 시작된 후에 등록하는 학생은 늦은 등록자로 간주된다.


나는 나의 예상치 못한 Late Enrollee로 석사과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의 첫 학기는 기대와 설렘이 아닌 극적으로 시작되었다. 


합격 통보를 받은 후 학교 측에서는 CAS (Confirmation of Acceptance for Studies, 수강 확인서) 레터를 받아야 한다. CAS 레터가 없이는 학생 비자 신청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7월에 합격 이메일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첫 학기가 시작된 9월 중순까지도 CAS 레터를 받지 못했다. 이는 전 UAL 입학팀 직원의 작은 실수로 시작되었다. 


미국 대학교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는 Associate's Degree 2년 과정과 Bachelor’s Degree 2년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영국 대학교 (London College of Fashion 기준)는 Foundation Year 1년과 3년의 학사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MA 과정은 IELTS나 TOEFL과 같은 공식 영어 성적 증명서를 요구하는데 시험은 비용이 비싼 편이다. 다행히도 영어권 국가에 학사를 수료 시 영어 성적 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지난 3월 (석사 지원하기 전), 나는 입학팀에 미국 Associate's Degree 과정만 수료한 후 Work Experience(4년 이상)으로 지원하는 경우에 영어 성적 증명서가 필요한지 UAL 입학팀에 문의했었고, 미국 대학을 졸업했기 때문에 따로 영어 성적 증명서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이것은 그 직원의 실수였고, 이에 대한 통지 없이 학기 시작 직전까지 아무도 연락을 주지 않아 CAS 레터를 받지 못했다. 그 결과적 나는 35만 원에 예상치 못한 비용을 지불하고 7일 안에 IELTS (영어 공인 인증 시험)를 치러야 했다.


나는 입학 준비가 아닌 7일간 밤을 새 가며 IELTS를 시험을 준비했다. 일부러 학교 근처로 이사도 온 상태지만 학교를 갈 수가 없는 이 상황이 참담하고 답답했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항상 모든 것이 완벽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불가피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침착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동안 무엇을 시작하든지 종종 예상치 못한 일이나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들을 마주 해왔기에, 나는 이 상황을 의연하게 대처하려고 노력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후회 없이 다했으니까"라는 마음가짐으로. 



MA Fashion Futures의 Course Leader인 Julia와 CAS Letter 문제로 Late Enrollment가 예상되는 상황은 이메일을 통해 주고받았었다. 그녀는 캠퍼스 등교를 할 수 없었던 나에게 Off-Site (교외)에서 진행되는 MA Fashion Futures 22/23 Testbed 전시회에 초대했다. 그날 처음 만난 그녀는 따뜻한 느낌의 사람이었다. 그녀는 시험 준비가 잘 되고 있는지를 물어보았고 나는 내 속과는 다르게 의연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녀는 나를 걱정했었는데, 내가 매우 밝아 보여 걱정하지 않아야겠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매우 불안한 상황에 처해 있었지만, 졸업이 다가오는 동기생들의 마스터 프로젝트를 미리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영감을 받았다. 또한, 반드시 IELTS 시험에 한 번에 합격해야 한다는 결의를 다지며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당연하게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IELTS 시험 점수는 Overall 7 대신 6.5를 받았다. 답이 정해져 있는 Reading과 Listening은 7점 이상을 받았지만, 오히려 자신 있었던 Speaking과 Writing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충격받을 시간도 없이 입학팀과 다른 부서에 Conditional Enrollment Request (학생이 특정 조건을 충족시키기 전에 강의나 프로그램에 등록하고자 하는 요청) 이메일을 보내고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지만 CAS 레터를 받을 수 없었다. 게다가 만든 입학팀 직원분은 이 상황을 해결해주지 않은 채 퇴직을 했고 새로 나의 케이스를 맞게 된 직원은 무슨 일인지 알지도 못하고 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전화도 할 수 없고 이메일로만 연락이 가능한 상황이기에 거의 입학을 포기할 준비까지 했다. 그동안 해왔던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는 생각을 넘어, "어쩌면 이건 나의 기회가 아니었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교롭게도, 나의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만료되는 전날은 네트워킹을 위한 또 한 번의 교외 이벤트가 있었다. 나는 이날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였다.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뭔가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사실이 폐를 끼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랫 메이트인 영국 친구는 이 모든 상황이 불공평하고 말이 안 된다며 Course Leader를 만나 도움을 요청할 것을 권유했다.


고민 끝에 이벤트가 끝나갈 즈음에 도착한 나는 다시 만난 Julia (Course Leader)에게 모든 상황을 털어놓았다.


"나 아직도 CAS Letter를 받지 못했어. 이 실수를 만든 입학팀 직원은 퇴사했고, 나머지 직원들은 내가 무슨 상황인지를 알지 못해. 오늘까지 CAS Letter를 받지 못하면, 나는 내일 영국에서 쫓겨날 거야."


이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애써 웃어 보이며 말했고 그녀는 이 사실에 굉장히 놀라며 말했다.


"왜 나에게 진작에 이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니? 내가 대신 사과할게 너무 미안하다. 혼자서 너무 힘들었겠다. 이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그녀는 잠시 나를 안아주었고, 그때 감정이 북차 올라 눈물이 나왔다. 그런 나를 위로해 주며 눈물을 보이던 그녀를 보며 그동안 쌓아왔던 분노와 억울함, 그리고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서 그녀는 바로 입학팀은 물론 석사 부서 전체에 나를 위해 이메일을 보냈다. 입학팀에서 영어 공인 시험 성적 증명서를 받기 전까지는 절대 발급해주지 못한다던 CAS Letter는 그녀가 보낸 이메일을 보낸 그날 저녁, 하루 만에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 경험을 통해 영국의 고등 교육기관에도 융통성 없는 위계질서가 존재한다는 것을 경험했기에 씁쓸했다. 하지만 진심을 다해 나를 도와준 Course Leader 덕분에 비자 만료 하루 전 학생 비자를 신청할 수 있었고, Late Enroller로서 극적으로 석사과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고비가 있었던 시작이었지만 Course Leader와 동기생들의 지지 덕분에 긍정적이고 견고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다.


나는 그동안 심리적 압박과 불안감이 내면을 휩쓸 때면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법을 익혀왔고, 이것이 나를 지키고 상대방에 대한 예의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비합리적이었던 입학 과정을 거치며 때로는 내가 괜찮지 않다는 것을 알려야 하며,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주위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미안해야 하거나 두려워해야 할 일이 아니라 고마움을 담아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나도 누군가 내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도움을 주고 또 내가 도움이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쁘고 그 과정이 나에게도 좋은 영향과 힘을 주어왔다. 


도와주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내재된 자비로움과 이타적인 행동의 표현으로, 이는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음으로써 우리의 존재와 행동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이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더 큰 의미와 목적을 찾아가며 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에 깊게 관여한다. 또한, 도움을 주고받음으로써 공동체에서 필수적인 가치인 신뢰와 유대감을 형성하며, 이는 더 큰 성장과 진보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가치를 통해 나 자신뿐만 아니라 공동체에 기여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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