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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강 Mar 14. 2024

나는 단무지이다

어제 네 번째 백옥주사(글루타치온)를 맞았다. 100cc 수액에 글루타치온 앰플을 섞어서 혈관으로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첫 번째도 그 이후에도 불편하게 팔이 접혀지는 팔꿈치 안쪽 혈관에 주사를 놓는다. 100cc 이니까 조금 빠르게 들어가면 15분이나 20분이면 끝니지만 휴대전화 사용하기가 어지간히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평소, 동네 의원이나 병원에 가면 전직 간호사 티를 안내려고 무지 애쓰는 편이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딱히 유쾌할 것 같지 않아서. 나도 병원 근무할 때 경험이 있다. 의사나 간호사라고 이것저것 아는척 하고 참견하면 싫었다.  

   

그런데 그놈의 입이 가만 있지 못하고 결국 한마디 했다.     

“저기요. 라인을 조금 아래 잡아 주시면 제가 편할 것같은데요.”     

이 말에 주사를 놓으려던 어려 보이는 간호조무사 잠시 말성이더니      

“제가 아직 많은 경험이 없어서. 혈관이 크고 잘 보이는데가 편해서요 죄송합니다”     

라고 한다. 너무 솔직하게 말하니 더는 뭐라고 할 수도 없다. 이제 죄송할 일인가 싶기도 하고.     

배운다는데. 초보라는데.

나도 초보시절이 있었는데. 

팔에 힘을 힘껏 주고 혈관이 잘 보이도록 도와 주었다.  

    

그냥 불편해도 가만 있을걸...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상황은 종료 되었고.....

망할놈의 직업병. 아니 망할놈이 입방정.     


언젠가는 식당에 밥 먹으로 들어가면서 한 말이

“아니 이 시간에 환자가 왜 이렇게 많아?”

라고 했다가 웃음거리가 된 적도 있었다.     

 

휴대폰 없이 천정만 바라보고 누워 있는 20분이 참으로 지루하고 길었다.

수액이 떨어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수액이 수액줄을 타고 중간쯤 내려 왔을 때 벨을 눌렀다.     

벨을 누루고 주사바늘을 빼기 좋게 도와 주느라고 일어나 앉아 있었는데 막 도착한 다른 간호조무사가 툭 한 마디 던진다.    

 

“조금 더 일찍 벨을 누르셨어야지요?”     


이건 먼 소리?

순간 내가 더 당황했다.

라인에 반이 남아 있는데 더 일찍이라면 수액백에서 끝나면 바로 부르라는 소린가 싶어 화가 났다.     


“저기 선생님. 이 한 방울이 얼만지는 아세요? 아직 1분은 더 있어야 다 들어 갈텐데요.”     


이 말에, 입을 닫고 그냥 열심히 바늘만 빼고 알코올 솜을 누른고 피가 멋기를 기다린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색함과 겸염쩍음이 흘렀다.     


빨리 어색함을 피하고 싶었던지 누르고 있던 알코올 솜을 버리고 스티커(동전파스처럼 생긴 스티커가 있음. 소아과는 거기에 예쁜 캐릭터 그림도 그려져 있음)를 붙이고 수액백을 제거 하려는 순간 지혈이 덜 된 내 소중한 피가 스티커 밖으로 흘러 넘친다.     


당황한 간호조무사 급하게 알코올 솜을 왕창 집어 지혈을 한다.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은 나. 


아까의 후회는 까맣게 잊어 버리고 한마디 더 보텐다.    

 

“성인의 혈액응고 시간은 11에서 13초이긴 하지만 개인차가 있어 30초 이상은 눌러 주셔야해요. 바쁘고 지루해도 그래야 안전하답니다.”

“...........”


뭐. 사과 받을 생각은 없었으니 놀랍지도 않다.     

문제는 다음주이다.


다음주가 5회 마지막인데 과연 어떻게 진행될까.

오늘 만난 간호조무사는 나를 필할 것 같고, 아주 능숙한 경력자가 와서 내가 원했던 편안한 위치의 혈관을 사용할지. 두고 볼 일이다.      


아깝게 희생당한 내 소중한 피를 보충하기 위해 저녁은 고기를 먹어야겠다.

고기 생각을 하니 금방 행복해졌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단무지]



사진출처 : 다음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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