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흔적, 담배꽁초의 사회적 비용’
퇴근 시간, 도심의 한 버스정류장. 사람들 틈에서 피어오른 담배 연기가 바람을 타고 번진다. 피할 공간은 마땅치 않다. 옷깃으로 코를 막거나 자리를 옮겨보지만, 이미 연기는 폐 속으로 스며든 뒤다. 길거리 흡연이 일상화된 도시의 풍경 속에서 비흡연자들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길거리를 걷는것도 힘들다. 앞에 흡연자가 걷고 있으면 코를 막고 뛰어 그 흡연자를 지나쳐야 한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은 일부 공공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지만, 금연구역과 비금연구역의 경계는 모호하다. 건물 출입구 앞, 골목 모퉁이, 버스정류장 주변 등은 사실상 ‘회색지대’가 되어 있다. 문제는 흡연자의 자유와 비흡연자의 건강권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비흠연자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감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간접흡연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짧은 노출이라도 두통, 호흡기 자극, 눈 따가움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어린이·노약자·임산부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특히 아이의 손을 잡고 길을 걷던 부모들은 갑작스러운 담배 연기에 불안함을 호소한다. “아이에게 연기가 닿지 않게 하려다 보니 항상 주변을 경계하게 된다”는 한 시민의 말은 일상의 불편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흡연 후 무심히 바닥에 던져진 담배꽁초는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된다. 비에 젖은 꽁초는 하수구를 막고, 미관을 해치며, 청소노동자의 몫으로 남는다. 시민들은 묻는다. 거리의 담배꽁초는 과연 누가 치워야 하는가. 개인의 기호로 소비된 담배의 잔해가 왜 공공의 비용과 타인의 노동으로 처리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흡연자들에게 묻고싶다, “그렇게 좋은 담배를 왜 이렇게 함부로 버리는가” 라고. 흡연 행위의 책임은 연기뿐 아니라 그 흔적까지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문제가 있는가.
담배가 귀하던 시절, 버려진 꽁초를 주워 피우는 사람들이 있었다. 덕분에 많은 꽁초들이 버려지면 바로 치워지는 역기능적인 순기능이 작용했지만 이제는 담배값을 아무리 올려도 꽁초를 주워 피우는 사람은 없다. 담배꽁초는 흡연 행위의 결과이므로 기본적으로는 흡연자가 처리하는 것이 맞으며 이를 특정 집단이나 특정 직업군에게 맡기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가장 바람작힌 것은 흡연자 스스로가 함부로 버리지 않거나 올바르게 버리는 것이다.
길거리에 재떨이를 설치하는 것은 어떨까. 쉽게 생각하면 거리의 꽁초가 줄어들 것 같지만 이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럴 경우 자연스럽게 재떨이 주변이 ‘사실상 흡연 구역’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있고 비흡연자와 동선과 가까울 경우 간접흡연 문제가 다시 발생하며 재떨이의 관리 및 청소 비용이 생길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흡연자 자신이 처리하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누가 치울 것인가”가 아니라 “왜 버려지는가,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있는 것 같다.
길거리에서도 비흡연자는 혐연권(담배 연기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을 가진다. 헌법상 보장된 건강권과 행복추구권은 간접흡연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포함하고 있으며 「국민건강증진법」 등 관련 법률을 통해 금연구역 지정과 과태료 부과로 구체적 권리가 실현되어야 하며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와 단속, 흡연부스 설치 등 행정 정책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다시 말해, 비흡연자의 권리는 개인의 배려에만 맡길 문제가 아니라 법적·제도적 장치와 사회적 합의 속에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다니는 인도와 차도처럼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길거리는 법적으로는 흡연이 허용되는 공간인 경우가 많아, 혐연권을 강제로 관철시키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보호는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길거리(학교 앞, 공중이용시설 울타리 안, 조례상 금연구역 등)에 한해 강하게 작동하고 있지만, 그 외 구역은 아직도 제도적 공백이 상당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흡연자와 비흡연지를 따로 살게 할 수도 없고.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비흡연자가 흡연자를 이해하기 보다는 흡연자가 비흡연자를 이해하고 배려하면 어떨까. 길을 걸으며 피우지 않고, 사람 없는 곳이나 지정된 장소에서만 흡연하기와 출입구나 버스정류장 주변에서 흡연하지 않으며 건물 입구나 어린이 주변 등에서는 스스로 거리를 두고 흡연하고 흡연 후 꽁초를 완전히 수거해 준다면 흡연자와 비흡연자 사이의 갈등은 크게 줄일 수 있으며, 흡연자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202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성인 흡연자 수는 약 810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810만명의 흡연자들이 흡연할 권리 이전에 비흡연자의 건강권을 먼저 고려하는 태도를 갖는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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