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간호조무사는 배움의 사다리를 오를 수 없나?

by 윤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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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조무사는 의료 현장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환자를 돌보는 전문 인력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간호조무사는 오랫동안 ‘보조 인력’이라는 이름 아래, 성장과 이동이 제한된 직종으로 고착되어 왔다. 특히 간호교육 체계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분리는 그 상징적인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기 위해 보건복지부 지정 간호학원에서 1년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문제는 이 제도가 학력이나 전공, 기존의 보건의료 교육 이력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간호·보건 관련 학과를 졸업했거나, 대학에서 관련 학문을 공부한 경우에도 간호조무사가 되기 위해서는 동일하게 학원 교육을 다시 받아야 한다. 이는 교육의 질을 관리하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경로 자체를 단절시키는 제도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그 이후다. 간호조무사는 아무리 오랜 경력과 숙련을 쌓아도, 제도적으로 간호사로 진입할 수 있는 공식적인 통로가 없다. 이는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상향 이동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된 직업 구조의 문제다.


처음 간호조무사 직종을 설계할 때 ‘보조인력’으로만 설계한 것이 문제이다. 전쟁 이후 의료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절 단기 양성 과정으로 만들어진 직종이기에 전문직 트렉이나 이동 가능한 경로는 없었고 현장 보조 인력으로만 설계했던 것이 70년 넘게 그대로 유지되어 오고 있는 문제가 첫 번째이다.


다음으로는 간호대학 중심의 독점구조가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간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국가고시를 거치는 것이 유일한 경로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경로를 인정하면 간호대학의 독점적 지위가 약화되고 정원이나 등록금 등 간호사 위상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간호사들이 하는 말은 세월이 변해도 한결 같다. ‘학원 출신이 어떻게 간호사가 되느냐’ 이런 인식이 제도까지 굳어지게 만들어 지금까지 유지되어 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직역간 벽을 ‘질 관리’ 명분으로 고착화 시키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간호사들은 말한다 ‘환자의 안전과간호의 전문성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능력 평가 제도는 만들 생각이 없고 경로만 차단하고 있다. 항상 교육의 질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정작 학위나 경력 역량을 종합 평가하는 시스템은 없다. 그래서 능력 있는 간호조무사나 관련 전공 학위가 있어도 출발선으로 되돌아 가야 하는 진실만 있을 뿐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차별’ 이라는 말을 제도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문제를 구조적 차별이나 제도 설계의 한계라 하지 않고 ‘법이 그렇다’.‘원래 그런 직종이다’로 치부해 왔다. 그래서 ‘명백한 차멸이다’라는 문제 제기가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이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이동성’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나라 간호계의 가장 큰 문제는 공부하려는 사람에게 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것과 경력이 쌓여도 위로 올라 갈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의 삶의 질의 향상과 발전을 위해 필요한 교육이 해방이 아니라 낙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간호조무사는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고착됐고 그 결과 탈진과 소진, 이직이 반복되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의 기회를 달라고 하면 항상 같은 답이 되돌아 온다. ‘간호조무사 그만 두고 간호대학 가세요’ 맞는 말이다. 간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간호대학을 가라는 말은. 그러나 그 간호대학이라는 곳이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야간 과정도 없고 평생교육 과정도 없다. 오직 간호조무사를 그만 두고 간호대학을 가는 길 밖에. 그런데 다른 직종은 어떤가? 야간 과정도 있고 사이버대학도 있고 평생교육 과정도 있다. 간호대학은 왜 안되는가?


반면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간호보조 인력이 일정한 학위, 임상경력, 자격을 갖출 경우 간호사로 전환할 수 있는 단계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학점 인정, 브리지 교육, 편입 과정 등을 통해 “어디서 시작했는가”보다 “무엇을 얼마나 수행할 수 있는가”를 평가한다. 간호를 하나의 고정된 신분이 아니라, 전문성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경로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만 이러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을까. 이는 간호조무사 제도가 도입된 역사적 배경, 간호대학 중심의 면허 체계, 직역 간 경계 보호 논리가 오랜 시간 겹겹이 쌓인 결과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이제 더 이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의료 현장은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인해 더 숙련된 돌봄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많은 간호조무사들이 추가적인 학습과 전문성 향상을 원하고 있다.


교육받고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길을 열어주지 않는 제도는, 결국 현장의 소진과 이탈로 돌아온다. 간호조무사를 ‘영원한 보조 인력’으로 묶어 두는 것이 과연 의료의 질과 환자의 안전에 도움이 되는지, 이제는 질문해야 할 시점이다.


간호조무사는 단순히 지시를 수행하는 존재가 아니라, 돌봄의 최전선에서 임상 경험과 실천 지식을 축적해 온 전문 인력이다. 배움의 기회를 차단하는 제도가 아니라, 역량을 인정하고 확장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이것은 특혜의 문제가 아니라, 직업 교육과 노동의 존엄에 관한 문제이며, 보건의료 체계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과제다.


간호조무사의 교육 경로를 다시 설계하는 일은, 간호조무사만을 위한 요구가 아니다. 그것은 환자와 의료 현장,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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