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여는 순간

그렇게 미뤄왔던 브런치에 글쓰기를 시작하며.

by 화리보
"확고한 생각이나 단단한 가치관이 되어주는 것들은 내가 자발적으로 경험한 것들을 통해서 체득된다. 생각이 행동을 유발하지만 사실상 행동이 생각을 예민하게 가다듬고 정리해 준다.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을 때는 일단 그 상황에 나를 집어넣어 보는 것이 좋다. 가장 확실한 리트머스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용기는 그래서 필요하다." - 임경선, 태도에 대하여 중


글을 잘 쓰거나 쓰지 못하는 것과 관계없이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 그것이 학문적인 글쓰기이건 그냥 일상생활에서 떠오르는 잡다한 생각들을 그저 끄적인 것이건 간에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혼자서는 마음을 담아 썼지만 대충 썼다고 거짓말하는 글들을 지금까지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주로 지인들만 볼 수 있는 채널을 통해서 공유하고 그들과 생각을 나누어 왔었다.


예전부터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브런치에 글을 써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꼬아서 보자면 아마도 개인 Social Media에서 올라오는 글이 꼴 보기 싫으니 그냥 이런 공간에 올려서 보고 싶은 사람만 찾아서 보게 하라는 식이지만 사실 고맙게도 내 생각에 공감해 주고 또 응원해 주는 좋은 사람들이 많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에 글을 실제로 쓰는 것은 늘 망설여지는 일이었다. 누군가 내가 쓴 글을 보며 별로라고 평가하지는 않을까 고민하고 내가 적은 내용이 실제 사실과 달라서 사실 전달에 오류가 발생하거나 그런 오류에서 시작해 내 전문성이 의심받지는 않을까 하고 걱정해왔다. 그러다 보니 당시에 열심히 살았다고는 하나 지금 생각해 보면 가장 여유가 있었던 시기지 않았을까 싶은 나의 길었던(?) 학생 시절에 블로그를 시작하지 못하고 이렇게 하루하루 일상에 지치는 직장인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용기를 내어 늦깎이 작가 지망생이 되어보려고 하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요즘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재수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으나 나는 정확히 전공과 관련한 직장을 가지고 있었고 정확히 내가 공부했던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고 심지어 그 일을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그냥 혼자서 또는 마음 맞는 사람들 몇몇과 고민하던 것과 똑같은 고민들을 월급을 받으면서 하고 있던 것이다. 당연히 참 감사한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과 사생활이 전혀 구분되지 않은 삶을 살고 있기도 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논문과 같은 학문적인 글을 쓰거나, 회사에서는 보고서 위주의 글을 쓰다 보니 똑같은 생각을 전달하더라도 글에서 나만의 색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생각, 나만의 글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일(내 일과 회사 일이 사실 같다.)과 관련해서 다른 사람들과의 일상 대화 중에서도 점점 생각을 전하는 방식이 마치 보고서를 쓰듯이 두괄식으로 결론부터, 그리고 용건만 간단히 요약해서 전달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래서 사실 지금 브런치를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고 나서도 이렇게 글을 긴 호흡으로 가져가는 것이 참 쉽지가 않다. 글쓰기도 근육과 같아서 아마도 당분간은 지연성근육통을 앓아야 조금은 익숙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들이 이 브런치에 찾아와서 내가 적은 글들을 보게 될지, 아니 보기는 할지 벌써부터 걱정 반 고민 반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지금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요즘 나는 일과 생활이 분리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다 보니 업무적으로 아는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겹치는 경우가 많았다. 나에게 소속이 생겨버리고 그래서 어떤 이야기들은 이제 더 이상 나 혼자만의 생각이 되지 않게 되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더 이상 개인 Social Media에 이런 이야기들을 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누군가 관련된 사람들이 보기 전까지는 이 브런치를 나만의 대나무 숲으로 사용하고자 한다.


언젠가는 분명히 이 브런치에 적어 놓은 글들 때문에 자다가 이불 킥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 중에 내 발목을 잡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 공간에서 내가 할 이야기는 거짓이 없는 내 솔직한 이야기일 것이고 그렇다면 어떤 일이 생겨도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 공간을 통해 만나게 될 사람들과 나눌 의견들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