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같은 시각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여보, 우리 딸이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찾았습니다. 이산갑이라는 청년은 비록 무인 집안 출신이지만, 민중을 위해 헌신하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당신도 젊은 시절, 백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민하지 않았습니까? 이산갑은 그 고민을 실천에 옮긴 사람입니다.
“당신이 걸었던 길이 옳았음을, 나는 지금에서도 믿습니다. 우리가 그 시절 현실에 부딪혀 꿈을 접어야 했던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우리의 딸은… 우리가 잃어버린 그 용기와 신념을 다시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산갑이라는 청년을 만나며, 저는 오래전 당신이 나에게 말했던 그 문장을 떠올렸습니다.
‘백성의 삶을 바꾸지 못한다면, 우리의 삶도 아무 의미 없다.’
당신… 우리 딸에게 그 말만큼은 전해주고 싶습니다.
그 청년을 반대하지 말아주세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직접 만나본다면, 당신도 아마 알게 될 겁니다.”
남자는 손끝이 떨렸다.
오래된 습관처럼 담배 끝을 탁탁 털어냈지만, 아무리 해도 불안과 후회의 잔재는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그가 젊었을 때 품었던 이상.
그 이상을 버리고 살아온 지난 세월.
그리고 지금, 딸이 찾은 사랑… 그리고 그녀가 선택한 길.
모든 것이 얽혀 그의 가슴을 조여왔다.
남자는 깊숙이 숨을 들이켰다.
짙은 연기가 폐 속을 채우고, 다시 푸념처럼 뿜어져 나왔다.
“이산갑… 민중을 위해 헌신하는 놈이라고?”
그는 중얼거리며 편지를 다시 접었다.
그러나 접혀 들어간 종이 안에 담긴 말들은 그의 마음속에서 접히지 않았다.
오히려 펼쳐지고 있었다.
조용히, 그리고 아프도록 선명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