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83)

제중병원 진료실

by 이 범

박종진은 창백한 얼굴로 제중병원 의사 고만식에게 물었다.
박종진이 물었다 "고 선생. 어떨 것 같습니까?"
그의 얼굴은 심각했고, 손은 떨리고 있었다. 고만식은 진찰기록을 내려놓고 한숨을 쉬었다.


고만식은 "글쎄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늦게 병이 발견되어서요."

라고 굳어진 얼굴로 말끝을 흐리며 말 했다 .


박종진은 (목소리를 낮추며) "그럼... 아버님은..."
하고 걱정스럽게 물었습니다

고만식은 "그동안 아드님은 고통스러움을 전혀 못 느꼈다니... 참..." (고개를 저으며) "술과 담배를 자제하셨으면 이렇게까지는..."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박종진은 (주먹을 쥐며) "그럼... 얼마나 남은 겁니까?"
고만식은 안경을 벗고 눈을 비볐다.
고만식: "... 길어야 몇 달입니다. 병이 이미 온몸에 퍼졌어요."
박종진은 비틀거리며 의자에 앉았다. 그의 얼굴에서 혈색이 사라졌다.


박종진은 "그럴 리가... 아버님은 건강하셨는데..."


고만식이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셨겠지만, 병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통증을 느꼈을 텐데... 참으셨나 봅니다." 하며 애통해 했다.


박종진은 (눈을 감으며) "아버님은... 약한 모습을 보이시는 걸 싫어하셨습니다..."
고만식은 박종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고만식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지만... 가족분들께 준비하시라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박종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진료실을 나섰다.



박종진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병원 복도를 걸었다. 머릿속은 고만식의 한마디로 가득 차 있었다.
‘길어야 몇 달.’
믿을 수 없었다. 늘 꼿꼿하던 아버지가, 가족 앞에서 한 번도 약한 소리를 내지 않던 아버지가. 그 강함이 사실은 숨기던 고통이었다는 말에 가슴이 갈라지는 듯했다.
복도 끝 창밖은 잿빛 하늘뿐이었다. 그는 벽에 기대어 숨을 골랐다. 어머니와 누나에게 어떻게 말한단 말인가. 그들이 무너지는 얼굴이 벌써 눈앞에 선했다. 주머니 속 담배를 꺼내다 말았다.
‘술과 담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 말이 귓전에 맴돌았다. 그는 손을 떨며 담배를 다시 넣었다.
병실 문 앞에 섰다. 문 너머로 새어 나오는 아버지의 기침이, 메말라 갈라진 기침이 가슴을 후벼 팠다. 눈앞이 흐려졌다. 문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병실 안, 아버지는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어머니는 의자에 앉아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박종진을 보자마자 어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고 선생님은… 뭐라고 하시던?”
박종진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하셨어요.”
거짓이었다. 어머니의 눈에 드리운 불안이 더 깊어지는 걸 보며 그는 속이 무너져 내렸다. 아버지 곁으로 다가가 손을 잡았다. 예전처럼 따뜻했지만, 그 안의 힘은 이미 빠져나가고 없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속으로 되뇌었다.
아버지, 제가… 제가 더 일찍 알았어야 했는데.

늦가을 햇빛이 희미하게 스며드는 제중병원 복도. 박종진은 의자에 힘없이 앉아 얼굴을 감싸 쥐고 있다.


그의 어깨는 무너져 내리는 듯 떨리고, 깊은 숨을 몰아쉬는 모습에서 절망감이 느껴진다.


박종진은 복도 끝에 놓인 긴 의자에 힘없이 몸을 던졌다.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며, 마치 무너져 내리는 것을 붙잡으려는 듯 깊게 숨을 몰아쉬었다.
박종진 (속삭이듯):
“아버지… 왜 말을 안 하셨습니까…”
그는 기억을 더듬었다.
며칠 전, 아버지가 저녁밥상 앞에서 잠시 젓가락을 놓고 숨을 고르던 순간.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나이 먹으면 이런 날도 있지”라고 넘기던 모습.

그 모든 장면이 이제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통증을 참아왔던 것일까… 나에게 걱정 끼치기 싫어서…?’
복도 맞은편에서 간호사가 “외래 3번 오OO님 들어오세요”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일상적인 병원의 소음인데도, 박종진에겐 저 멀리서 들려오는 것처럼 멍하게 느껴졌다.
어머니:
“종진아, 검사 결과가 나왔다던데… 어떻게 됐냐…?”
잠시 침묵.
박종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박종진은 힘없이
“…어머니… 아버님이… 많이 안 좋으십니다.”
반대편에서 들리는 깊고 떨리는 숨소리.
말을 잇지 못하는 어머니의 기척.
그 순간, 박종진의 눈에서도 천천히 눈물이 흘러내렸다.


박종진은 병원 복도 긴 의자에 앉아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고 회상에 잠긴다.



장맛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여름날이었다.

어린 종진은 학교에서 돌아오던 길, 시험지 때문에 울고 있었다.

수학 시험 점수가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집 앞에 다다랐을 때, 대문 앞에서 우산을 들고 서 있는 아버지를 봤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집 안에서 기다렸을 텐데, 그날은 유난히 종진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아버지:

“왜 울고 있냐.”


종진은 시험지를 꽉 쥔 채 고개를 떨궜다.


종진:

“…선생님한테 혼났어요…”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우산을 종진 쪽으로 기울여 주었다.

비에 흠뻑 젖은 자신의 어깨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두 사람은 말없이 걸었다.

빗소리만이 우산을 때리며 길을 채웠다.


집에 도착하자 아버지는 젖은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종진을 책상 앞에 앉혔다.


아버지:

“틀린 문제 어디냐. 가져와봐라.”


투박하고 굵은 손가락이 시험지 위를 짚었다.

문제를 하나하나 짚어가는 동안 아버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지만, 화는 내지 않았다.

대신, 그 목소리에는 묵직한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아버지:

“잘하고 싶으면, 도망치지 마라.

결과보다… 네가 포기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그날 밤늦게서야 종진은 알았다.

아버지는 비에 젖어 열이 나기 시작했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는 걸.

어머니가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타박하자

아버지는 짧게 한마디만 했다.


아버지:

“애가 도망치는 걸 그대로 두고 싶지 않았다.”


(현재)

그 장면이 떠오르자 박종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가 지금껏 버텨온 삶,

책임감, 완고함, 고집스러움…

그 모든 것의 밑바닥에는

아버지가 말없이 보여준 한 인간의 단단함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 아버지가…

자신에게조차 말하지 못한 통증을 홀로 견디다 결국 무너져가고 있다는 사실이

박종진의 가슴을 찢어놓았다.

박종진은(속삭임)

“아버지… 그때도 저를 지켜주려고 했던 거죠…

이번에도… 말 안 하고 혼자 참으신 거죠…”


떨리는 손이 무릎 위에서 조용히 움켜쥐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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