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14)

자신을믿어주는사람

by seungbum lee

책방 공간은 이제 거의 완성됐다.
소연은 매일 아침 카페에 들러 책을 정리하고,
작은 메모지를 붙이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 일상이 점점 익숙해지고,
그 속에서 자신이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카페 문이 열리고
낯익은 얼굴이 들어섰다.

“소연아… 여기서 일하는 거야?”
그는 대학 시절 함께 취업 준비를 하던 선배였다.
소연은 순간 몸이 굳었다.
그가 바라보는 시선엔 놀람과 약간의 우월감이 섞여 있었다.



“여기… 그냥 도와주는 거예요.”
소연은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마음속엔 작은 파문이 일었다.

그가 떠난 뒤, 소연은 창가에 앉아 조용히 숨을 골랐다.
준혁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아요?”
소연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가끔… 내가 너무 뒤처진 것 같아요.
다들 앞서 나가는데,
나는 여기서 작은 책방 하나 꾸미는 게 전부인 것 같아서…”

준혁은 말없이 그녀 옆에 앉았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소연 씨는 도망치지 않아요.
자기 속도를 지키면서, 자기 길을 걷고 있어요.
그게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인지… 저는 잘 알아요.”

그 말에, 소연은 눈을 감았다.
그의 말이 마음 깊숙한 곳에 닿았다.
흔들리던 감정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밖은 다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창밖의 풍경은 흐릿했지만,
카페 안의 불빛은 여전히 따뜻했다.

그날, 소연은 깨달았다.
세상이 흔들려도,
자신을 믿어주는 한 사람이 있다면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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