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편지를 받고
당신의 편지를 받고
사랑하는 당신에게.
당신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읽어 내려가는 동안,
내 손끝이 자꾸만 떨려서
여러 번 멈춰야 했어요.
당신이 기억하는 그 초여름의 길을
나 역시 잊은 적이 없습니다.
아니, 어쩌면 당신보다 더 자주
그 순간으로 돌아가곤 했어요.
당신은 기억하나요?
그날 나비를 바라보며 내가 던진 질문을.
"저렇게 작은 생명도, 어디로 가야 할지 아는 걸까?"
사실 그건 나비에 대한 물음이 아니었어요.
나 자신에게 묻고 있었던 거예요.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이 마음은 어디에 닿게 될까.
당신 옆을 걸으면서도
나는 한없이 불안했거든요.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해서,
잃어버릴까 두려워서,
당신의 온기가 언젠가 식어버릴까 겁이 나서.
그런데 당신은 그때,
내 눈빛이 흔들린다는 걸 알아차렸군요.
나는 애써 감추려 했는데,
당신은 이미 다 보고 있었네요.
카페에서 내가 했던 말,
"여름이 오면 어쩐지… 미래가 조금 더 선명해지는 것 같아."
그 말의 진짜 뜻은 이거였어요.
"당신과 함께 있으면, 미래가 무섭지 않아."
나는 늘 앞날이 두려운 사람이었어요.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이 길이 맞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
하지만 당신 옆에 앉아
얼음 녹는 소리를 듣던 그 순간,
나는 문득 깨달았어요.
당신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괜찮을 것 같다고.
당신이 함께 걷는다면
어느 길이든 두렵지 않을 것 같다고.
당신이 말하지 못했다던 그 문장,
"나에게 미래는… 점점 너의 얼굴을 닮아가고 있어."
나도 그랬어요.
내 미래에는 점점 당신의 목소리가 채워지고,
당신의 웃음이 스며들고,
당신의 손이 닿아 있었어요.
그런데 나는 그것을 말할 용기가 없었어요.
당신처럼, 나도
그 마음이 너무 크게 느껴져서
당신을 놀라게 할까 봐
조심스러웠거든요.
"앞으로도… 우리, 종종 이렇게 걸을 수 있을까?"
그 질문을 던졌을 때,
내 목소리가 떨렸던 거 기억하나요?
나는 사실 답을 두려워했어요.
당신이 "글쎄…"라고 말하거나,
"모르겠어"라고 답하면 어쩌나 싶어서.
하지만 당신은 말했죠.
"걸을 수 있을 거야.
너만 괜찮다면,
나는 계절이 바뀌는 속도보다
천천히, 그리고 오래 걸어갈 준비가 돼 있어."
그 순간 내 심장이 얼마나 크게 뛰었는지
당신은 모를 거예요.
나는 그 말을 듣고
비로소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었어요.
아, 이 사람도 나와 같은 마음이구나.
이 사람도 나처럼 오래 걷고 싶어 하는구나.
당신은 내가 그 말을 반쯤만 이해했을 거라 생각했지만,
사실 나는 전부 이해했어요.
당신의 그 조용한 고백을,
당신의 그 따뜻한 약속을,
당신의 그 깊은 마음을.
다만 나도 당신처럼
너무 벅차서 말을 잇지 못했을 뿐이에요.
지금 이 답장을 쓰면서도
초여름의 햇살이 피부에 닿는 듯해요.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던 빛,
우리 그림자가 겹쳐지던 순간,
얼음물의 차가움과
당신 목소리의 따스함이
동시에 느껴져요.
그리고 나는 확신합니다.
우리가 함께 걸었던 그 길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는 것을.
사랑하는 당신.
다음 계절에도,
그다음 계절에도,
나는 당신과 걷고 싶어요.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바람이 불어도, 햇살이 내려도.
당신이 있는 곳이
내가 가고 싶은 곳이에요.
당신이 걷는 길이
내가 걷고 싶은 길이에요.
당신의 편지 마지막에
"당신에게 예감처럼 기울어가는"
이라고 썼죠?
나도 답할게요.
나는 이미 당신에게
완전히 기울어져 있다고.
예감이 아니라
확신으로,
약속으로,
그리고 평생의 다짐으로.
이 답장의 끝에도
당신의 이름이 흔들리고 있어요.
내 호흡 속에서,
내 심장 속에서,
내 모든 순간 속에서.
늘 그리고 영원히,
당신에게 기울어 있는
— 나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