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양왕
비류강(沸流水)은 늘 새벽 안개를 머금고 있었다.
안개는 마치 오래된 영혼이 강 위에 내려앉은 듯 흐르고, 성벽 아래로 천천히 감겨 올라갔다.
송양왕은 성루 위에서 그 장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이 강을 누구보다 오래 지켜온 사내였다.
어린 시절, 강의 모퉁이에서 익힌 첫 숨, 첫 걸음, 첫 추위, 첫 두려움—
그리고 첫 승리까지.
그의 삶은 언제나 강과 함께 흘렀다.
“강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송양은 오래전부터 그래 왔다.
오늘도 비류강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안개가 더 두껍고, 바람이 날카롭고, 새벽의 냄새가 불길했다.
마치 강이 은밀히 속삭이는 듯했다.
누가 온다.
멀리서 뱃사람들의 노 젓는 소리가 들렸다.
멀리 혼하 쪽에서, 철기가 부딪는 소리도 들려왔다.
금속이 금속을 치는 소리는 언제나 전쟁의 예고였다.
송양은 느릿하게 숨을 들이켰다.
바람이 목덜미를 스쳤고, 그는 순간 몸을 굳혔다.
오늘은 무언가가 달랐다.
성벽 아래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왕이시여!”
황급히 달려온 이는 비류의 정찰대장, 모라였다.
젊고 강직한 사내로, 거짓을 모르는 두 눈이 특징이었다.
그런 그가 얼굴빛을 잃고 있었다.
“북부여에서 한 사내가… 남하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송양은 바람처럼 짧게 대답했다.
“주몽이라 하지요.”
모라는 숨이 막힌 듯 멈칫했다.
“이미 알고 계셨습니까?”
“바람은 모든 소식을 가장 먼저 가져오지. 강은 그다음이지.”
모라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왕이시여… 전설 같은 이야기입니다.
그 사내—주몽은 활을 쏘면 백 걸을 넘어 화살이 날아간다고…
그리고 말을 몰면 바람이 따라간다 합니다.
북부여의 귀족들이 그를 시기해… 결국 나라에서 쫓겨났다고 합니다.”
송양의 눈매가 찢어지듯 가늘어졌다.
“쫓겨난 사내라… 하지만 죽지 않았군.”
“예. 그가 우리 쪽으로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송양은 강 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흔들리지 않아야 했지만… 지금은 미세하게 파동을 타고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보이지 않는 ‘기세’**를 느끼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장대한 그림자 하나를 강 건너편에 드리우는 듯,
그림자는 천천히 자라나 비류국 전체를 덮으려 했다.
그러나 그 기세가 두렵진 않았다.
두려움보다 먼저 찾아오는 감정이 있었다.
경쟁자의 냄새.
송양은 어린 시절부터 이 비류강과 함께 자라며
대적할 수 없는 힘을 증명해야만 하는 삶을 살아왔다.
비류국의 수많은 군장과 부족들은 그를 따랐지만,
그 따름은 언제나 시험을 통과한 뒤의 존경이었다.
지금 그의 가슴을 흔드는 것은
공격자도 아니고, 침략자도 아니었다.
‘비로소 맞설 만한 사내가 온다.’
그 느낌이었다.
송양은 낮게 중얼거렸다.
“그 사내를… 보겠다.”
모라가 숨을 삼켰다.
“왕이시여! 아직 그는 강도 건너지—”
“건널 것이다.”
송양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니 내가 먼저 그를 본다.
내 땅을 밟기 전에.”
그의 눈빛은 이미 결투를 준비한 전사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