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69)

말이 머무는 밤

by 이 범

“소연 씨, 오늘 낭독회… 기대돼요.”
한 손님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책방 한쪽엔 작은 마이크와 의자가 놓여 있었고,
벽엔 ‘조용한 문장을 나누는 시간’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소연은 긴장된 얼굴로 말했다.
“처음이라 조금 떨려요.
책방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 채워진 건 처음이라…”

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 공간이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을 준비가 되어 있어.
그리고 너는 그걸 누구보다 잘 지켜낼 거야.”

그날 저녁, 책방엔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자신의 글을 읽는 사람,
소연의 책에서 한 문장을 꺼내 읽는 사람,
그리고 조용히 듣기만 하는 사람.

한 여성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문장…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매일 읽던 문장이에요.”

> “조용한 공간은,
> 마음이 다시 살아나는 자리였다.”

소연은 그 말을 들으며
자신의 글이 누군가의 삶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조용히 받아들였다.

낭독회가 끝난 뒤,
책방은 다시 고요해졌지만
그 고요함 속엔 말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

준혁은 창가에 앉은 소연에게 말했다.
“오늘… 책방이 조금 더 깊어진 것 같아.
사람들의 이야기가 스며들었어.”

소연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이 공간이…
이제는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었네요.”

밖은 가을의 밤공기가 부드럽게 퍼지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기타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말이 머무는 밤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더 깊이 꺼내었고,
그 마음은 또 다른 이야기를 향해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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