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70)

마음의 공백

by 이 범

“소연 씨, 낭독회 정말 좋았어요.”
한 손님이 책방을 나서며 말했다.
“그 문장들…
제 마음을 조용히 안아주는 느낌이었어요.”

책방은 여전히 고요했지만,
그 고요함 속엔 사람들의 감정이 스며 있었다.




소연은 창가에 앉아
낭독회에서 들었던 문장들을 노트에 정리했다.
그녀의 손끝엔
조용한 떨림이 남아 있었다.

준혁은 커피를 내리며 말했다.
“소연아,
요즘 너를 바라보는 게…
조금 달라졌어.”

소연은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달라졌다는 게… 무슨 뜻이야?”

준혁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조용히 말했다.
“예전엔 그냥 지켜주고 싶었는데,
이젠…
너와 함께 걸어가고 싶어졌어.
책방도, 글도, 그리고 너도.”

소연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나도 그래.
이 공간이 우리 둘의 이야기라면,
앞으로의 시간도 함께였으면 좋겠어.”

밖은 가을의 밤공기가 부드럽게 퍼지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마음의 고백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더 깊이 꺼내었고,
그 마음은 또 다른 계절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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