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代의 義
三代의 義
1936년 어느 새벽, 이산갑이 묘량 오상호의 집을 찾아왔을 때.
오상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천 원을 내놓았다.
"이 선생, 이것은 단순한 돈이 아니오."
오상호가 말했다.
"이것은 이기영 선생님께서 저에게 베푸신 은혜요, 이충헌 나리께서 저에게 보여주신 신뢰요, 그리고 이 선생께서 이어가시는 독립의 뜻이오."
이산갑이 깊이 고개를 숙였다.
"아제, 저는 조부님과 아버님께 비할 바가 못 됩니다."
"아니오."
오상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 선생은 가장 어려운 시기에 가장 어려운 일을 하고 계시오. 조부님께서는 칼로 싸우셨고, 아버님께서는 선정으로 백성을 구하셨소. 하지만 이 선생은 교육으로 민족의 혼을 지키고 계시오."
"감사합니다, 아제."
"나는 다만 三代에 걸친 은혜를 갚을 뿐이오. 이기영 선생님께서 저를 제자로 받아주셨고, 이충헌 나리께서 저를 청지기로 신뢰하셨소. 그리고 이제 이산갑 선생께서 저에게 독립운동에 참여할 기회를 주시오."
오상호의 눈빛이 빛났다.
"이것이 바로 의리(義理)요, 충성(忠誠)이오. 신분이 무엇이든, 처지가 어떻든, 받은 은혜는 반드시 갚아야 하오."
해가 떠올랐다. 새로운 날이 밝았다.
이산갑은 오상호에게 깊이 절했다. 三代에 걸친 의리, 그것이 바로 조선의 정신이었다.
무관 이기영이 벗의 아들을 제자로 받아들인 것.
수령 이충헌이 그를 청지기로 신뢰한 것.
교육자 이산갑이 그의 도움으로 독립운동을 이어간 것.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긴 의리로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의리는 조선의 독립이라는 큰 뜻으로 모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