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쓰는 밤
“그 손님이 남긴 메모…
계속 생각나요.”
소연은 책방 창가에 앉아 조용히 말했다.
“잊고 있던 시간을 꺼내줬다는 말이
자꾸 마음에 남아요.”
준혁은 커피를 내리며 말했다.
“그 말이…
너한테도 닿았던 것 같아.
요즘 너, 글 쓸 때 표정이 달라졌어.”그날, 소연은 노트를 펼쳐
새로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기억은 조용히 남는다. 때로는 공간을 만나
다시 살아난다.”
그 문장을 적고 나서
소연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녀의 마음엔
책방에서 마주한 수많은 얼굴들이 떠올랐다.
저녁이 되어 책방이 고요해지자,
준혁은 그녀 옆에 앉아 말했다.
“소연아,
네 글이 사람들의 기억을 꺼내주는 것처럼
너도… 내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사람이야.”
소연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준혁아,
우리의 시간도
누군가의 기억이 될 수 있을까?”
밖은 초가을의 밤공기가 부드럽게 퍼지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기억을 쓰는 밤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더 깊이 꺼내었고,
그 마음은 또 다른 이야기를 향해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