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82)

기억을 쓰는 밤

by 이 범

“그 손님이 남긴 메모…

계속 생각나요.”

소연은 책방 창가에 앉아 조용히 말했다.

“잊고 있던 시간을 꺼내줬다는 말이

자꾸 마음에 남아요.”

준혁은 커피를 내리며 말했다.

“그 말이…

너한테도 닿았던 것 같아.

요즘 너, 글 쓸 때 표정이 달라졌어.”그날, 소연은 노트를 펼쳐

새로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기억은 조용히 남는다. 때로는 공간을 만나

다시 살아난다.”


그 문장을 적고 나서

소연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녀의 마음엔

책방에서 마주한 수많은 얼굴들이 떠올랐다.

저녁이 되어 책방이 고요해지자,

준혁은 그녀 옆에 앉아 말했다.

“소연아,

네 글이 사람들의 기억을 꺼내주는 것처럼

너도… 내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사람이야.”


소연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준혁아,

우리의 시간도

누군가의 기억이 될 수 있을까?”


밖은 초가을의 밤공기가 부드럽게 퍼지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기억을 쓰는 밤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더 깊이 꺼내었고,

그 마음은 또 다른 이야기를 향해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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