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81)

기억을 데려온 손님

by 이 범

“혹시… 이 책방, 예전에도 있었나요?”
낯선 중년 남성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눈엔 익숙함과 그리움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소연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네, 몇 년 전부터 이 자리에서 운영하고 있어요.
혹시… 예전에 오신 적 있으세요?”



그는 책방을 둘러보다가
창가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예전에…
이 근처에 살았어요.
그땐 이 자리에 작은 문구점이 있었죠.
그 기억이 자꾸 떠올라서…”



소연은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책방이 생기기 전 이야기를 들을 때면
이 공간이 더 오래된 숨결을 품고 있는 것 같아요.”

준혁은 커피를 내리며 말했다.
“그 기억이 이 공간에 스며들면
지금의 온기도 더 깊어지는 것 같아요.”

그날, 손님은 오래된 기억을 꺼내며
책방에 조용히 머물렀다.
그리고 떠나기 전, 작은 메모를 남겼다.

“이 공간은 내가 잊고 있던 시간을 조용히 꺼내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녁이 되어 책방이 고요해지자,
소연은 그 메모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공간이…
누군가의 기억을 데려올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고 따뜻해요.”



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 기억이
우리의 오늘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죠.”

밖은 가을의 바람이 창을 흔들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기억을 데려온 손님과의 만남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더 깊이 꺼내었고,
그 마음은 또 다른 이야기를 향해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월, 화,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