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의 신의흔적 (13)

새벽버스의 기도

by 이 범



4시 32분의 승객들
새벽 4시 32분, 첫차 버스가 종점을 출발했다.
운전기사 최영철, 58세. 그는 30년째 이 노선을 운행하고 있었다. 새벽 4시 30분 첫차부터 밤 11시 막차까지. 하루 18시간.
버스는 텅 비어 있었다. 보통 첫차에는 한두 명 정도만 탔다.
첫 번째 정류장. 한 여성이 올라탔다.
정미선, 44세. 대형마트 청소 담당. 5시까지 마트에 도착해야 했다. 오픈 전에 청소를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맨 뒷자리에 앉았다. 항상 앉는 자리였다. 가방에서 김밥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 집에서 싸 온 아침 겸 점심이었다.
두 번째 정류장. 젊은 남성이 올라탔다.
강태준, 29세. 스타트업 개발자. 어젯밤 야근을 하고 이제야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회사에서 48시간을 보냈다. 론칭 일정 때문이었다.
그는 중간쯤 자리에 앉아 곧바로 눈을 감았다.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세 번째 정류장. 고등학생이 올라탔다.
이준혁, 17세. 새벽 5시 30분 영어 학원 첫 수업을 가는 길이었다. 수능까지 120일 남았다. 목표는 의대였다. 아버지의 꿈이기도 했고, 자신의 꿈이기도 했다. 아니, 처음에는 아버지의 꿈이었지만, 이제는 자신의 꿈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었다.
그는 앞쪽 자리에 앉아 단어장을 꺼냈다. 버스 안의 희미한 불빛 아래서 단어를 외우기 시작했다.
네 번째 정류장. 나이 든 남성이 올라탔다.
박종만, 73세. 새벽 시장에 가는 길이었다. 작은 반찬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40년째 같은 자리에서 같은 장사를 했다. 아내가 10년 전 세상을 떠난 후, 혼자서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운전석 바로 뒤 자리에 앉았다.
"영철이, 오늘도 수고하네."
"아, 박 사장님. 안녕하세요."
영철은 백미러로 종만을 바라보며 인사했다. 이 시간 첫차 버스에서 몇 년째 마주치는 사이였다.
"날씨가 쌀쌀해졌어."
"그러게요. 이제 겨울이 오나 봐요."
"자네도 건강 조심해."
"감사합니다."
버스는 계속 달렸다.
새벽의 서울. 아직 잠들어 있는 도시. 하지만 벌써 깨어나 움직이는 사람들.
다섯 번째 정류장. 젊은 여성이 올라탔다.
윤서아, 26세. 공항으로 가는 길이었다. 6시 비행기를 타야 했다. 부산에서 면접이 있었다. 평생 서울에서만 살았지만, 이제는 어디든 가야 했다. 취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한 지 2년. 그동안 80곳에 지원했지만, 모두 떨어졌다.
오늘 면접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 없었다.
그녀는 창가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봤다. 아직 어두운 하늘. 하지만 동쪽 끝이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다.
버스 안은 조용했다.
다섯 명의 승객. 각자의 이유로 새벽을 깨우고 있는 사람들.

멈춘 버스
5시 10분경, 버스가 갑자기 멈췄다.
"어?"
영철이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시동을 다시 걸어봤다. 하지만 버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상하네..."
몇 번을 더 시도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죄송합니다, 손님 여러분. 차량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승객들이 술렁였다.
미선은 시계를 봤다. 5시 10분. 5시까지 마트에 도착해야 하는데, 이미 10분 늦었다. 더 늦으면 팀장에게 혼날 것이다.
태준은 눈을 떴다. '제발 빨리 집에 가고 싶은데...' 몸은 한계였다.
준혁은 불안해졌다. 5시 30분 수업. 지각하면 선생님께 혼난다. 그리고 그 사실이 아버지에게 전달된다.
서아는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6시 비행기. 지금 버스가 고장 났다면... 공항까지 가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종만은 조용히 앞을 바라봤다.
영철은 버스에서 내려 엔진을 확인했다. 하지만 문제를 찾을 수 없었다.
다시 버스에 올라와 본사에 전화를 걸었다.
"네, 차량 고장입니다. 위치는... 네... 대체 차량이 언제 올 수 있나요?"
전화 너머로 답이 왔다.
"최소 1시간이요? 그렇게 오래 걸려요?"
승객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영철은 승객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대체 차량이 1시간 후에 온답니다. 아니면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셔도..."
"1시간이요?"
미선이 다급하게 물었다.
"지금 5시 10분인데, 6시 10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거예요?"
"죄송합니다..."
"안 돼요. 저는 5시까지 마트에 도착해야 하는데..."
미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여기는 한강변 도로. 주변에 다른 교통편이 없었다.
서아도 불안해졌다.
"저기, 기사님. 여기서 공항까지 택시 타면 얼마나 걸려요?"
"지금 시간이면... 40분 정도요?"
"택시비는요?"
"3만 원 정도?"
서아는 한숨을 쉬었다. 지갑에는 2만 원밖에 없었다. 카드는 한도 초과로 막혀 있었다.
준혁은 아버지에게 전화해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새벽 5시에 깨우기가 두려웠다. 아버지는 화를 낼 것이다. "그러니까 더 일찍 나가지 그랬냐"라고.
태준은 그냥 버스 안에서 자기로 했다. 어차피 집에 가도 씻고 다시 회사로 가야 했다. 1시간 정도 더 자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종만은 여전히 조용히 앉아 있었다.
새벽의 대화
10분이 지났다.
버스 안은 정적에 쌓여 있었다.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종만이 입을 열었다.
"영철이."
"네, 사장님."
"커피 마시게. 보온병에 담아왔어."
종만은 가방에서 보온병을 꺼냈다. 그리고 뚜껑에 따라 영철에게 건넬다.
"아, 감사합니다."
영철은 커피를 받아 마셨다. 따뜻했다.
"손님들도 드시게. 많이 담아왔어."
종만은 커피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아가씨, 드시게."
미선에게 먼저 건넸다.
"아, 괜찮습니다."
"괜찮아. 추운데 따뜻한 거 마셔야지."
미선은 커피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종만은 다른 승객들에게도 커피를 나눠줬다. 서아에게, 준혁에게, 태준에게.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다섯 명은 각자 커피를 마셨다. 따뜻한 온기가 몸속으로 퍼졌다.
"할아버지는 어디 가세요?"
준혁이 물었다.
"시장이야. 반찬 가게 하거든."
"새벽부터요?"
"그래야 싱싱한 재료를 살 수 있거든."
"힘드시겠어요."
"익숙해. 40년째 하는 일이야."
준혁은 종만을 바라봤다. 주름진 얼굴. 구부정한 허리. 하지만 눈빛은 맑았다.
"학생은 어디 가니?"
"학원이요. 영어 학원."
"이 시간에?"
"네. 첫 수업이 5시 30분이거든요."
"고생이 많구나. 수험생이니?"
"네."
"목표가 뭔데?"
"의대요."
"오, 대단하네. 의사 되려고?"
"네..."
하지만 준혁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종만은 그것을 눈치챘다.
"혹시... 하기 싫어?"
준혁은 놀라서 종만을 바라봤다.
"아니... 그게..."
"솔직하게 말해도 돼. 여기는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이잖아."
준혁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사실은... 잘 모르겠어요. 제가 정말 의사가 되고 싶은 건지."
"그럼 왜 하는데?"
"아버지가... 원하세요. 아버지도 의사거든요."
"아..."
"그래서 저도 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자신이 없어요."
준혁의 목소리가 떨렸다.
종만은 조용히 준혁의 어깨를 두드렸다.
"학생."
"네?"
"인생은 길어. 지금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부모님의 기대도 중요하지만, 네 마음도 중요해. 천천히 생각해 봐."
준혁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무도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없었다.
미선이 말했다.
"할아버지 말씀이 맞아요. 저도... 젊었을 때 부모님 말씀만 듣고 살았거든요."
"그래요?"
"응. 그래서 지금 후회해요.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게 뭐였는지..."
미선의 목소리에 슬픔이 배어 있었다.
"언니는 뭐 하고 싶었는데요?"
서아가 물었다.
"선생님이요. 아이들 가르치는 거. 그게 좋았어요."
"그럼 왜 안 하셨어요?"
"부모님이 반대하셨어요. 돈이 안 된다고. 그래서 다른 일을 했죠. 근데 결혼하고, 애 낳고, 남편이 사업 실패하고... 결국 여기까지 왔네요."
미선은 쓸쓸하게 웃었다.
"근데 가끔 생각해요. 그때 내 마음을 따랐으면 어땠을까."
침묵이 흘렀다.
태준이 눈을 뜨고 말했다.
"저는... 지금 하는 일이 제가 원했던 건데...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어요."
"무슨 일 하세요?"
"개발자요. 스타트업에서."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이에요?"
"네. 코딩이 좋았어요. 뭔가 만드는 게 좋았어요. 근데 지금은..."
태준은 한숨을 쉬었다.
"밤낮없이 일하고, 주말도 없고, 연애할 시간도 없고... 이게 맞나 싶어요."
"그만두고 싶어요?"
"아니요. 그건 아닌데... 그냥... 숨 쉴 시간이 필요해요."
서아가 말했다.
"저는... 일을 하고 싶은데 일자리가 없어요."
"취준생이세요?"
"네. 2년째요."
"힘드시겠어요."
"네... 오늘 부산 면접 가는데, 떨어지면 정말 모르겠어요. 뭘 해야 할지."
서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부모님한테 미안해요. 돈만 쓰고... 아무것도 못 하고..."
종만이 말했다.
"아가씨."
"네?"
"괜찮아. 다 그런 시기가 있어."
"하지만..."
"나도 젊었을 때 힘들었어. 장사가 안 돼서 밤새 고민했지. 그래도 계속했어. 포기하지 않았어."
"어떻게... 버티셨어요?"
"이유가 있었으니까."
"이유요?"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을 위해서라면 할 수 있었어."
종만의 눈빛이 따뜻했다.
"아가씨도 그럴 거야. 이유를 찾으면, 힘이 날 거야."
함께 부르는 노래
시간이 흘렀다.
5시 40분.
동쪽 하늘이 밝아오고 있었다. 해가 뜨기 직전의 그 신비로운 시간.
종만이 말했다.
"영철이, 라디오 좀 틀어봐."
"네."
영철은 라디오를 켰다. 새벽 방송이 나왔다.
"... 새벽을 깨우시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도 수고가 많으십니다. 신청곡 나갑니다."
노래가 흘러나왔다. 오래된 가요였다.
'당신은 모르실 거야 / 얼마나 힘들었는지 / 당신은 모르실 거야 / 얼마나 아팠는지...'
종만이 따라 불렀다.
조용히, 하지만 진심을 담아.
'하지만 나는 알아요 / 당신이 있어서 / 나는 버틸 수 있었다는 것을...'
미선도 따라 불렀다. 그녀도 이 노래를 알고 있었다.
'힘들 때마다 / 당신을 생각했어요 / 그러면 다시 일어설 수 있었어요...'
하나둘 모두가 따라 불렀다.
준혁도, 서아도, 태준도.
버스 안에 노래가 울려 퍼졌다.
다섯 명의 목소리.
각자 다른 인생을 살고 있지만, 이 순간만큼은 함께 부르는 노래.
'우리는 혼자가 아니에요 /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어요 / 우리는 혼자가 아니에요 / 사랑받고 있어요...'
노래가 끝났다.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이번 침묵은 따뜻했다.
영철이 백미러로 승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러분, 제가 30년 동안 버스를 몰았는데요..."
"네?"
"오늘처럼... 승객들과 노래를 부른 건 처음이에요."
영철의 목소리가 떨렸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오늘이 특별한 날이 됐어요."
종만이 웃었다.
"우리 모두 특별한 사람들이야. 새벽을 깨우는 사람들."
"맞아요."
미선이 말했다.
"우리는... 세상이 잠들어 있을 때 일어나는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더 특별한 거죠."
서아가 말했다.
"우리가... 세상을 움직이는 거예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태준이 말했다.
"힘들지만... 의미 있는 일이에요. 우리가 하는 일."
모두가 서로를 바라봤다.
새벽 버스 안의 다섯 명.
처음에는 낯선 사람들이었지만, 이제는...
가족 같았다.

해가 뜨는 시간
5시 55분.
대체 버스가 도착했다.
"손님 여러분, 대체 버스 왔습니다!"
영철이 말했다.
승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아무도 서두르지 않았다.
"그럼... 우리 헤어지나요?"
서아가 아쉬워하며 물었다.
"그래야죠."
종만이 말했다.
"하지만 우리... 연락처 교환할까요?"
미선이 제안했다.
"좋아요!"
모두가 핸드폰을 꺼냈다. 연락처를 교환했다.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준혁이 물었다.
"물론이지."
종만이 말했다.
"우리는 새벽의 가족이잖아."
"새벽의 가족..."
서아가 그 말을 되뇌었다.
"좋은 이름이에요."
대체 버스로 옮겨 탔다.
버스가 다시 출발했다.
창밖으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동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천천히 떠오르는 태양.
"와... 일출이다."
서아가 감탄했다.
"아름답네요."
준혁이 말했다.
모두가 창밖을 바라봤다.
해가 떠오르는 순간.
어둠이 물러가고 빛이 오는 순간.
종만이 조용히 말했다.
"저기 보이니? 저게 희망이야."
"희망이요?"
"그래. 아무리 어두운 밤이어도, 해는 다시 뜬다. 그게 희망이지."
미선이 눈물을 닦았다.
"맞아요... 해는 다시 뜬다..."
태준이 말했다.
"그럼 우리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죠?"
"물론이지."
종만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매일 다시 시작해. 해가 뜰 때마다."
버스는 계속 달렸다.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미선은 마트에서 내렸다. 늦었지만, 팀장은 이해해 줬다.
"사고가 났다고요? 괜찮아요. 빨리 들어와요."
태준은 집에 도착했다. 씻고 나서 회사에 전화했다.
"죄송합니다. 오늘 오후부터 출근하겠습니다. 몸이 많이 힘들어서..."
놀랍게도 팀장은 허락했다.
"그래, 쉬어. 요즘 너무 무리했어."
준혁은 학원에 도착했다. 지각했지만, 선생님은 야단치지 않았다.
"사고가 났다고? 다행히 다치지 않았네. 들어와."
수업 후, 준혁은 아버지에게 전화했다.
"아빠, 저...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서아는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는 이미 떠난 후였다.
하지만 절망하지 않았다.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죄송합니다. 비행기를 놓쳤습니다. 다음 비행기로 갈 수 있을까요?"
"아, 괜찮아요. 면접 시간 조정할게요."
그리고 종만은 시장에 도착했다.
항상 가는 그 자리에서 장을 봤다.
신선한 재료들. 오늘도 손님들을 위해 맛있는 반찬을 만들 것이다.


에필로그 - 한 달 후
한 달이 지났다.
종만의 반찬 가게에 손님들이 하나둘 모였다.
미선이 먼저 도착했다.
"할아버지!"
"오, 미선이. 어서 와."
그다음 태준이 왔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어, 태준이. 건강해 보이네."
"네, 요즘 일찍 퇴근해요. 팀장님이 배려해 주셔서."
준혁이 아버지와 함께 왔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저희 아버지예요."
"아, 어서 오세요. 아드님이 자주 얘기했어요."
"고맙습니다. 아들이 신세를 많이 졌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서아가 왔다.
"할아버지! 제가 붙었어요!"
"정말? 축하해!"
"네! 부산 그 회사에 최종 합격했어요!"
모두가 박수를 쳤다.
"축하해, 서아야!"
"고마워요, 언니!"
다섯 명... 아니, 이제는 여섯 명이 작은 가게에 둘러앉았다.
종만이 준비한 음식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날 이후로 인생이 달라진 것 같아요."
미선이 말했다.
"저도요. 더 이상 혼자라고 느끼지 않아요."
서아가 말했다.
"우리가 있잖아요."
태준이 말했다.
"맞아요. 우리는 새벽의 가족이에요."
준혁이 말했다.
종만은 모두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고맙구나, 얘들아. 덕분에 내 인생도 달라졌어."
"할아버지는 항상 특별하셨어요."
"아니야. 나도 외로웠어. 아내가 떠난 후로... 혼자였거든."
종만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근데 너희들을 만나고... 다시 가족이 생긴 것 같아."
미선이 종만의 손을 잡았다.
"우리가 할아버지의 가족이에요."
"그래... 고맙다..."
창밖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내일이면 다시 해가 뜰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알고 있었다.
어떤 어둠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해는 반드시 다시 뜬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월, 화, 수,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