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신
백호신의 탄생
훈련이 끝날 무렵, 김한오가 백정치를 따로 불렀다.
"정치, 자네 이름을 바꾸는 게 어떻겠나?"
"이름을요?"
"그렇네. 백정치라는 이름... 좋은 이름이지만, 혁명가로서는 새로운 이름이 필요할 것 같네.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 시작하는 의미에서 말일세."
백정치는 김한오의 말에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맞았다. 과거를 청산해야 했다. 머슴 출신이라는 것, 상놈이라는 것, 도망자라는 것. 그 모든 것을 지워버려야 했다.
"백호신. 어떤가? 백(白)씨는 그대로 두고, 호랑이 호(虎), 새로울 신(新). 새로운 호랑이라는 뜻일세. 혁명가로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지."
백정치는 그 이름을 속으로 되뇌어 보았다.
백호신.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호랑이처럼 강하고 용맹한 혁명가. 그것이 바로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이었다.
"좋습니다. 이제부터 저는 백호신입니다."
김한오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좋아. 그리고 신분 문제도 정리해야 하네. 조선의용대에 정식으로 등록하려면 신분 증명이 필요한데, 우리는 자네가 조선에서 노동운동을 하다가 일제의 탄압을 피해 중국으로 망명한 것으로 기록하겠네. 머슴 출신이라는 것은... 굳이 기록할 필요가 없지."
백호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분 세탁. 그것이 바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과거는 지워지고,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며칠 후, 백호신은 정식으로 조선의용대 대원이 되었다. 그의 신분증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백호신, 1915년생, 조선 전라도 출신, 노동운동가, 1936년 중국 망명."
과거는 사라졌다. 이제 백호신은 혁명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