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250)

승려의 길

by 이 범

맏아들의 침묵
도준은 늘 말이 적었다.
장남이었으나 집안의 중심에 서려하지 않았고,
기대받았으나 그것을 짊어진 적은 없었다.
아버지는 그를 불러 앉혀 놓고 말했다.
“너는 맏이다.
이 집안의 이름은 네 어깨 위에 있다.”
도준은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마음속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울렸다.
왜 이름은 늘 누군가의 삶보다 앞서는가.
그의 침묵은 무관심이 아니었다.
세상을 너무 가까이에서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열다섯의 겨울,
도준은 굶어 죽은 아이를 보았다.
마을 어귀에서, 어머니의 품에 안긴 채.
아이의 입가에는 쌀 한 톨도 없었다.
그날 밤, 도준은 처음으로 기도를 했다.
“하늘이 있다면,
왜 이 아이는 불리지 않았습니까.”
대답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알았다.
이 질문을 안고는 벼슬길에 설 수 없다는 것을.

출가의 날
출가는 갑작스러웠다.
그러나 결정은 오래전부터 자라고 있었다.
어머니는 무릎을 꿇었다.
“적어도 과거는 보고 가거라.”
도준은 처음으로 울었다.
“어머니,
제가 글로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남겠습니다.
하지만 글은 이미 권력의 것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말없이 등을 돌렸다.
그 침묵은 허락이 아니라 단절이었다.
삭발하는 날,
머리카락이 떨어질 때마다
도준은 자신이 하나씩 내려놓는 것을 느꼈다.
이름, 기대, 분노, 증명 욕망.
그러나 단 하나는 내려놓지 못했다.
세상에 대한 책임.
그것이 그를
‘세상을 떠난 승려’가 아니라
‘세상으로 들어간 승려’로 만들었다.

종 아래의 수행
산사는 고요했으나
도준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좌선 중에도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억울한 자의 울음이 귀에 맴돌았다.
노승은 그를 꾸짖었다.
“네 마음은 아직 속세에 있다.”
도준은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여기 있습니다.”
수행은 그를 비우지 않았다.
오히려 더 채웠다.
그는 깨달았다.
해탈은 도망이 아니라
짊어짐이라는 것을.
흉년이 들었고,
백성들은 산사로 몰려왔다.
그날 도준은 종을 울렸다.
종소리는 경계가 아니라 초대였다.


승병, 칼을 들다
왜구가 들이닥쳤다.
조정은 늦었고,
백성은 먼저 죽어갔다.
도준은 칼을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살을 베기 위한 칼이 아니었다.
“우리는 죽이러 가는 것이 아니다.
막으러 가는 것이다.”
승병들은 사찰의 이름으로 싸웠다.
불살계(不殺戒)를 어기지 않기 위해
도준은 늘 선두에 섰다.
그는 방패였다.
적의 칼을 막았고,
백성의 시간을 벌었다.
전투가 끝난 뒤,
도준은 홀로 법당에 앉아
밤새 염불했다.
“오늘도 살았습니다.
그것이 옳았는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열반의 종소리
노년의 도준은 다시 종을 맡았다.
몸은 약해졌으나
마음은 처음보다 단단했다.
임금이 보낸 사자는
그의 공적을 기록하려 했다.
도준은 고개를 저었다.
“이름을 남기면
종소리가 흐려집니다.”
그날 새벽,
도준은 마지막으로 종을 울렸다.
종소리는 길었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도성까지 닿았다.
그는 좌선한 채
숨을 고르듯 세상을 떠났다.
열반이었다.
누군가는 말했다.
“그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백성들은 알았다.
그는 세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자신을 남겼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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