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성장시간
3개월이 지났다.
서현의 책상은 이전보다 깨끗했다. 포스트잇 투성이가 아니었다. 대신 노트 한 권이 놓여 있었다. 매일 아침 그녀가 그리는 매트릭스가 담긴 노트.
그녀의 팀도 달라졌다.
매주 수요일 오후는 '팀 성장 시간'이었다. 모두가 각자 배우고 싶은 걸 배우는 시간. 새로운 툴을 익히거나, 온라인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일도 바쁜데 무슨 학습 시간이냐"는 불만이 있었다.
하지만 한 달 후, 모두가 좋아했다.
"차장님, 제가 새로운 디자인 툴 배워서 작업 시간이 반으로 줄었어요!"
"저는 데이터 분석 강의 들었더니, 리포트 쓰기가 훨씬 쉬워졌어요!"
투자한 시간이 돌아왔다.
팀원 면담도 계속됐다. 이제는 팀원들이 먼저 면담을 요청했다.
"차장님, 이번 주 면담 시간에 진로 상담 좀 해주실 수 있어요?"
"차장님, 프로젝트 기획 방법 좀 배우고 싶은데, 면담 때 얘기해줄 수 있어요?"
서현은 팀원들이 성장하는 걸 보며 뿌듯했다.
그리고 서현 자신도 달라졌다.
매일 아침 7시, 그녀는 요가를 했다. 30분만. 긴급하지 않지만, 건강에 중요한 시간.
출퇴근길에는 책을 읽었다. 한 달에 두 권. 많지 않지만, 꾸준했다.
주말에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독서 모임, 요가 클래스, 자기계발 세미나... 회사 밖의 세상.
그녀의 삶에 여유가 생겼다. 급한 불은 줄어들었다. 왜? 미리 준비했으니까. 2사분면에 투자했으니까.
어느 토요일 오후, 서현은 카페에서 대학 동기 지은을 만났다.
"서현아, 너 요즘 얼굴이 왜 이렇게 좋아?"
"그래?"
"응. 전에는 항상 피곤해 보였는데, 지금은 여유로워 보여."
서현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지은아, 나 요즘 하나 깨달은 게 있어."
"뭔데?"
"급한 일과 중요한 일은 다르다는 거."
"무슨 말이야?"
서현은 냅킨을 꺼내 매트릭스를 그렸다.
"봐. 우리는 늘 여기 살아. 급한 일들. 근데 진짜 인생을 바꾸는 건 여기야.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
"예를 들면?"
"운동, 독서, 관계 쌓기, 새로운 거 배우기... 이런 것들. 당장은 안 해도 큰일 안 나. 근데 안 하면, 5년 뒤, 10년 뒤에 후회해."
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나도 요즘 그 생각 해. 일만 하다 보니까, 정작 중요한 건 놓치고 있는 것 같아."
"그치? 나도 3개월 전까지 그랬어. 매일 불 끄느라 정신없었지."
"그럼 어떻게 바꿨어?"
"간단해. 매일 아침 이 매트릭스를 그려. 그리고 오늘 할 일들을 분류해. 그리고 2사분면, 여기에 시간을 투자하는 거야."
"그게 쉬워?"
서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안 쉬워. 왜냐면 2사분면 일은 안 해도 당장은 문제가 없거든. 그래서 미루게 돼. 근데 거기에 함정이 있어."
"무슨 함정?"
"2사분면을 안 하면, 1사분면이 늘어나. 예를 들어, 건강관리 안 하면 병원 가게 되고, 팀원과 대화 안 하면 팀원이 퇴사하고, 미리 준비 안 하면 급하게 야근하게 되고..."
지은은 눈을 크게 떴다.
"완전 내 얘기네."
"다들 그래. 나도 그랬고."
"그럼 뭐부터 시작하면 돼?"
서현은 생각했다.
"일단 자기한테 가장 중요한데 미뤄온 게 뭔지 생각해봐. 운동? 공부? 관계? 뭐든."
"나는... 운동인 것 같아."
"그럼 그거부터 시작해. 일주일에 두 번만. 30분씩. 시간을 막아놔. 그리고 그 시간은 절대 다른 일로 채우지 마."
"근데 급한 일 생기면?"
서현은 단호하게 말했다.
"대부분은 진짜 급한 게 아니야. 다른 사람이 급하다고 하는 거지. 진짜 급한지 물어봐. '이게 오늘 안 하면 큰일 나나요?' 대부분은 아니야."
지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를 했다.
"서현아, 고마워. 진짜 도움 됐어."
"천만에. 나도 누군가한테 배운 거야."
한 달 후, 서현은 회사에서 발표를 했다. 주제는 '팀 생산성을 높이는 시간 관리'.
"여러분, 제가 3개월 전에 깨달은 게 있습니다."
서현은 화면에 매트릭스를 띄웠다.
"우리는 모든 게 급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 급한 건 별로 없습니다. 우리가 급하다고 '느끼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일들은 긴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미룹니다. 하지만 그게 쌓이면, 엄청난 차이를 만듭니다."
서현은 자신의 팀 사례를 공유했다.
"우리 팀은 매주 수요일 오후, 두 시간을 '성장 시간'으로 막아뒀습니다. 긴급한 일이 있어도, 이 시간은 건드리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걱정했습니다. '일도 바쁜데, 그럴 시간이 어딨어?' 하지만 3개월 후,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화면이 바뀌었다. 데이터가 나타났다.
"우리 팀의 업무 효율이 30% 증가했습니다. 야근 시간은 40% 감소했습니다. 팀원 만족도는 두 배가 됐습니다."
"어떻게?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에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청중들이 박수를 쳤다.
발표가 끝나고, 여러 팀장들이 서현에게 다가왔다.
"서현 차장님, 우리 팀도 적용해보고 싶은데, 조언 좀 해주실 수 있어요?"
"저희 팀은 너무 급한 일이 많아서 불가능할 것 같은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서현은 한 명 한 명과 대화를 나눴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서현은 미소 지었다.
'내가 배운 걸 나누니까, 기분이 좋네.'
이것도 2사분면이었다. 지식 나눔. 긴급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일.
에필로그
1년 후.
서현은 승진했다. 팀장에서 부장으로. 하지만 더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불에 쫓기지 않았다.
매일 아침, 그녀는 매트릭스를 그렸다. 그리고 2사분면에 최소 두 시간을 투자했다.
전략 기획
팀원 육성
자기 성장
관계 쌓기
그 결과, 1사분면은 줄어들었다. 급한 일이 줄었다. 왜? 미리 준비했으니까.
3사분면도 줄었다. 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 이제 그녀는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었다.
4사분면은 거의 없었다. 긴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 시간 낭비.
어느 일요일 오후, 서현은 공원을 산책하며 전화를 받았다. 대학 후배였다.
"선배님, 조언 좀 구하고 싶어요. 저 요즘 너무 바빠서 미치겠어요. 매일 급한 일만 하다가 하루가 끝나는데,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어요."
서현은 벤치에 앉으며 말했다.
"후배야, 질문 하나 할게. 지금 네가 하는 일 중에, 진짜 급한 게 몇 개야?"
"음... 거의 다 급한 것 같은데요."
"다시 생각해봐. 오늘 안 하면 큰일 나는 게 몇 개야?"
후배는 잠시 침묵했다.
"사실... 하나나 둘?"
"그럼 나머지는?"
"급하다고 느끼는 것뿐이네요..."
"맞아. 우리는 모든 게 급하다고 착각해. 하지만 대부분은 안 급해."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서현은 자신이 배운 것을 천천히 설명했다. 매트릭스, 우선순위, 2사분면의 중요성...
전화를 끊고, 서현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맑은 하늘. 흐르는 구름.
'이런 걸 볼 여유가 생겼네.'
그녀는 미소 지었다.
1년 전의 자신은 하늘을 볼 시간도 없었다. 매일 불을 끄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불의 매트릭스를 벗어났다.
긴급함의 환상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녀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더 생산적이면서도, 더 여유로웠다.
더 바쁘면서도, 덜 스트레스 받았다.
더 많이 이루면서도, 더 행복했다.
비결은 간단했다.
긴급한 일과 중요한 일을 구분하는 것.
그리고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에 투자하는 것.
그게 전부였다.
서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내일은 월요일이었다.
하지만 두렵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알았으니까.
불의 매트릭스에서 벗어나는 법을.
끝
후기
모든 것이 급해 보이는 건,
우리가 구분을 못 해서가 아니다.
구분하려고 하지 않아서다.
멈춰서, 물어보자.
"이게 정말 급한가?"
"이게 정말 중요한가?"
그리고 용기를 내자.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에
시간을 투자할 용기.
그것이 인생을 바꾼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천천히, 확실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