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눈뜨다
그림에 눈뜨다
1935년, 열두 살의 계민은 새로운 재능을 발견했다.
어느 날, 아버지를 따라 산에 갔다. 이산갑은 평소처럼 식물을 채집하고 있었다.
"아부지, 이 꽃 참 예쁘네요."
계민이 진달래를 가리켰다.
"그래, 진달래란다. 봄에 가장 먼저 피는 꽃이지."
"제가 그려봐도 돼요?"
"그려?"
이산갑은 놀라며 아들을 바라보았다.
"응, 그림으로요."
계민은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과 연필을 꺼냈다. 그리고 진달래를 보며 그리기 시작했다.
이산갑은 옆에서 아들의 그림을 지켜보았다. 놀랍게도 계민의 손은 정확했다. 꽃잎의 곡선, 잎의 결, 줄기의 형태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계민아..."
"다 됐어요! 어때요?"
계민이 자랑스럽게 그림을 보여주었다.
이산갑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열두 살 아이가 그렸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정교한 그림이었다.
"너... 언제부터 그림을 그렸니?"
"그냥... 가끔요. 재미있어서요."
이산갑의 마음이 뛰었다. 이것이다. 자신이 평생 모은 식물 자료를 그림으로 남길 방법이.
"계민아, 앞으로 아부지를 도와줄 수 있겠니?"
"무슨 도움이요?"
"아부지가 채집하는 식물들을 그림으로 그려주면 안 될까?"
"정말요? 좋아요!"
그날부터 계민은 아버지의 식물도감 작업을 돕기 시작했다. 매일 새로운 식물을 그렸다. 백합, 국화, 민들레, 쑥, 도라지...
"계민아, 네 그림이 점점 나아지는구나."
"정말요? 고마워요, 아부지!"
계민은 그림 그리는 것이 즐거웠다. 그리고 이것이 아버지를 돕는 일이라는 것이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