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301)

첫사랑

by 이 범

첫사랑

열네 살의 계민은 사춘기를 맞았다.

학당에 새로운 학생이 들어왔다. 순희라는 이름의 여학생이었다.

"여러분, 오늘부터 우리와 함께 공부할 친구를 소개합니다. 김순희입니다."

"안녕하세요."

순희가 인사했다. 맑은 목소리였다.

계민은 순희를 보는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상한 느낌이었다.

'왜 이러지?'

수업 시간 내내 계민은 순희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순희는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었다.

수업이 끝난 후, 계민은 용기를 내어 순희에게 다가갔다.

"저... 안녕?"

"응, 안녕. 너는 이계민이지? 선생님 아들이라며?"

"응, 맞아."

"잘 부탁해."

순희가 미소 지었다. 계민은 얼굴이 빨개졌다.

"나, 나도... 잘 부탁해."

그날부터 계민은 순희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학당에 올 때마다 옷을 단정히 입었고, 머리를 빗었다.

"형, 왜 요즘 이렇게 꾸미고 다녀?"

동생뻘 되는 학생이 놀렸다.

"아, 아니야! 그냥!"

계민은 부끄러워 얼굴을 돌렸다.

어느 날, 계민은 순희에게 그림을 선물했다.

"이거... 너 주려고 그렸어."

"와, 진달래다! 정말 예쁘다. 네가 그린 거야?"

"응."

"대단하다! 고마워, 계민아."

순희가 환하게 웃었다. 계민은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첫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다.

1938년 겨울, 순희네 가족이 갑자기 마을을 떠났다. 일본으로 강제 이주되는 것이었다.

"순희야!"

계민이 순희네 집으로 달려갔다. 짐을 싸고 있는 순희 가족을 보았다.

"계민아..."

순희의 눈에 눈물이 가득했다.

"왜... 왜 가는 거야?"

"일본에 가야 한대. 아버지가 징용되셨어."

"언제 돌아와?"

"모르겠어... 아마... 못 돌아올 것 같아."

계민은 주먹을 쥐었다. 분노와 슬픔이 북받쳤다.

"나쁜 놈들... 일본 놈들..."

"계민아, 울지 마."

순희가 계민의 손을 잡았다.

"우리 꼭 다시 만나자. 언젠가 자유로워지면."

"응... 꼭."

순희 가족이 떠나는 것을 보며 계민은 눈물을 흘렸다.

그날 밤, 계민은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부지, 우리는 언제 자유로워져요?"

이산갑은 아들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곧이란다. 반드시 그날이 올 것이다."

"저도... 저도 뭔가 하고 싶어요. 가만히 있기만 하는 게 싫어요."

"그래, 계민아. 네 마음 아부지가 안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란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

계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결심이 단단히 자리 잡았다.

'언젠가 반드시... 일본 놈들을 몰아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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