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회 그림자
열여섯 살의 계민은 청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밤, 계민은 잠이 오지 않아 일어났다. 부엌으로 물을 마시러 가는 길에, 아버지 방에서 낮은 대화 소리가 들렸다.
"형님, 이번 모임은 위험합니다."
정혁진 삼촌의 목소리였다.
"알고 있네. 하지만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아버지의 목소리.
계민은 문틈으로 안을 엿보았다. 아버지와 정혁진 삼촌, 그리고 낯선 남자 몇 명이 모여 있었다.
"한도회의 목적을 잊지 맙시다. 우리는 조선의 독립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헌병대의 감시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더 조심해야지."
계민은 숨을 죽이고 들었다. 한도회? 조선의 독립?
'아부지가... 그런 일을 하고 계셨구나.'
계민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두려움과 동시에 자랑스러움이 밀려왔다.
다음 날, 계민은 아버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부지, 한도회가 뭐예요?"
이산갑은 깜짝 놀라며 아들을 바라보았다.
"너... 어떻게?"
"어젯밤에 우연히 들었어요."
이산갑은 한숨을 쉬었다.
"계민아, 이것은 위험한 일이란다. 네가 알아서는 안 돼."
"하지만 저도 알고 싶어요. 저도 함께하고 싶어요."
"안 돼!"
이산갑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넌 아직 어려. 그리고 네가 위험에 빠지는 것을 아부지는 원하지 않아."
"저도 이제 열여섯이에요. 어른이에요."
"계민아..."
이산갑은 아들을 안았다.
"내 마음 아부지가 안다. 하지만 지금은 안 돼. 네가 할 일은 공부하는 것이란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란다. 그것이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야."
계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다짐했다.
'언젠가는 나도 아부지처럼... 조선을 위해 싸우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