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살-하늘의 땅(픽션) 1부1

봉인된 왕자

by 이 범


잊혀진 혈통
새벽녘의 차가운 바람이 폐허가 된 신전 사이를 휘몰아쳤다. 한때 위대한 수메르 문명의 중심이었던 이곳은 이제 모래와 침묵만이 지배하는 죽음의 땅이었다. 신전의 가장 깊은 곳, 지하 묘실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이것이... 진짜란 말인가?"
고고학자 강대우(David West)는 떨리는 손으로 토치를 들어 올렸다. 그의 앞에는 수천 년 동안 봉인되어 있던 석관이 있었다. 석관의 표면에는 고대 쐐기문자가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경고하노라. 하늘에서 온 자의 피를 가진 자를 깨우지 말지어다. 그는 축복이자 저주, 구원이자 파멸이니."
강대우는 동료 학자인 천사라(Sarah Chen)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석관 주변의 문자들을 촬영하며 중얼거렸다.
"옥탄의 아들... 우살. 전설에서만 들었던 이름이에요. 그가 정말 여기 있다는 건가요?"
"전설은 항상 진실의 파편을 담고 있지."
그 순간, 석관에서 이상한 진동이 느껴졌다. 미세한 균열이 석관 표면을 따라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강대우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뭔가 잘못됐어. 우리가 이곳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굉음과 함께 석관의 뚜껑이 날아갔다. 먼지 속에서 한 남자의 형체가 천천히 일어섰다. 그는 놀랍도록 젊고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지만, 그의 눈동자는 수천 년의 시간을 품고 있었다.
우살이 깨어났다.


낯선 세계
뉴욕시. 2025년.
마천루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이 거대한 도시는 우살에게 완전히 낯선 세계였다. 그는 강대우와 천사라의 도움으로 현대 사회에 적응하려 애쓰고 있었지만,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이 '인터넷'이라는 게 어떻게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한단 말인가?" 우살은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며 물었다.
천사라가 웃으며 대답했다. "당신이 살던 시대에는 신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인간과 소통했다고 하죠. 지금은 기술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거예요."
우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신들... 아니, 아눈나키. 그들은 신이 아니었다. 그들은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들이었고, 인간을 도구로 여겼지."
강대우가 끼어들었다. "당신의 아버지 옥탄도 그들 중 하나였나요?"
"그랬다. 하지만 아버지는 달랐다. 그는 인간을 사랑했고, 그 사랑 때문에 자신의 종족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우살은 창밖을 바라봤다. 거리에는 수백만의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이 많은 인간들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야 했다. 반은 신의 피를, 반은 인간의 피를 가진 존재로서.
"내가 왜 깨어났는지 알아야 한다." 우살이 말했다. "수천 년 전, 아버지는 나를 봉인하며 말씀하셨다. '세상이 다시 너를 필요로 할 때가 올 것'이라고."
그날 밤, 우살은 악몽을 꾸었다. 아니, 그것은 단순한 악몽이 아니라 기억이었다.


과거의 기억
기원전 2800년, 고대 수메르
젊은 우살은 아버지 옥탄과 함께 신전의 꼭대기에 서 있었다. 아래로는 번성하는 도시 우르가 펼쳐져 있었다.
"아버지, 정말 떠나셔야 하나요?" 우살이 물었다.
옥탄은 슬픈 눈으로 아들을 바라봤다. 그는 인간보다 훨씬 크고 위엄 있는 모습이었지만, 그 눈에는 깊은 슬픔이 담겨 있었다.
"나의 형제들, 아눈나키는 더 이상 인간과 함께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우리의 존재가 인간의 자유로운 발전을 방해한다고 믿기 때문이지."
"하지만 당신은 인간을 사랑하시잖아요. 어머니를 사랑하셨고, 저를 낳으셨고..."
옥탄은 아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래서 네가 남는 거다, 우살. 너는 두 세계의 다리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내 형제들은 너를 위협으로 본다. 특히 엔릴은 인간과 아눈나키의 혼혈을 두려워한다. 그는 네가 가진 힘이 언젠가 그들에게 도전할 수 있다고 믿지."
그날 밤, 엔릴의 군대가 공격해왔다. 우살은 자신이 가진 힘의 일부를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는 하늘을 부를 수 있었고, 땅을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힘은 통제하기 어려웠고,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전투가 끝난 후, 옥탄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 아들 옆에 무릎을 꿇었다.
"용서하거라, 아들아. 내가 너를 이 운명으로 태어나게 했구나."
"아버지..."
"너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네 안의 힘은 너무 크고, 네 마음은 아직 그것을 다스릴 만큼 성숙하지 못했다. 나는 너를 봉인해야 한다."
"아니요!"
"언젠가 세상이 너를 진정으로 필요로 할 때가 올 것이다. 그때 너는 깨어날 것이고, 그때의 너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하고 지혜로울 것이다."
옥탄은 고대의 주문을 읊으며 아들을 잠재웠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하늘로 돌아갔다. 그것이 부자가 마지막으로 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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