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마엘(Abimael)2 (픽션)

협상

by 이 범

협상
우루크의 왕 길가메시(Gilgamesh)는 젊고 자부심이 강한 왕이었다. 그는 강엔두를 경멸하는 눈으로 바라봤다.
"우르에서 온 사절? 항복 문서를 가져왔느냐?"
"항복이 아닙니다." 강엔두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평화 조약을 제안하러 왔습니다."
"평화?" 길가메시가 웃었다. "우르가 먼저 우리를 공격했다! 그들이 사과해야 한다!"
"아닙니다." 강엔두가 말했다. "제가 아는 기록에 따르면, 우루크가 먼저..."
"거짓말!" 길가메시가 분노했다. "네 놈들이 우리 마을을 습격했다!"
강엔두는 깨달았다. 양쪽 모두 자신이 피해자라고 믿고 있었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평화였다.
"폐하." 강엔두가 무릎을 꿇었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멈추는 것입니다."
"일어서라!" 길가메시가 명령했다. "무릎 꿇지 마라. 너는 사절이다."
강엔두는 일어섰다. 그리고 길가메시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폐하, 저는 5년 전 부모님을 잃었습니다. 이 전쟁에서요. 처음에는 복수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알았습니다. 복수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길가메시의 표정이 조금 변했다.
"저와 같은 사람들이 양쪽에 수천 명입니다. 부모를 잃은 아이들, 자식을 잃은 부모들, 배우자를 잃은 과부들... 이 전쟁을 계속한다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날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명예는..."
"명예보다 생명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강엔두가 물었다. "죽은 자들의 명예를 위해 살아있는 자들을 희생시킬 수 있습니까?"
길가메시는 긴 침묵에 빠졌다. 그리고 마침내 말했다.
"조건을 제시하라. 우루크가 받아들일 수 있는 평화 조약을."



평화 조약
다음 며칠 동안, 강엔두는 양쪽의 요구사항을 조율했다. 쉽지 않았다. 양쪽 모두 양보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우르는 유프라테스 강의 물 사용권을 70% 요구합니다!" 우르의 대표가 주장했다.
"말도 안 돼! 50대 50이어야 한다!" 우루크의 대표가 반박했다.
강엔두는 인내심을 가지고 중재했다. "양쪽 모두 생존을 위해 물이 필요합니다. 계절에 따라 비율을 조정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건기에는 우르가 60%, 우기에는 우루크가 60%를..."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국경선, 무역 관계, 전쟁 포로 교환, 배상금...
가장 어려운 것은 전쟁 책임 문제였다. 양쪽 모두 상대방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쪽이 동시에 사과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강엔두가 제안했다. "서로에게 끼친 고통에 대해 사과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양쪽 모두 거부했다. 하지만 강엔두는 포기하지 않았다.
"폐하들." 강엔두가 양쪽 왕에게 말했다. "사과는 약함이 아닙니다. 사과는 더 큰 미래를 위한 용기입니다. 역사는 누가 먼저 사과했는지가 아니라, 누가 평화를 만들었는지를 기억할 것입니다."
마침내, 3개월의 협상 끝에, 평화 조약이 체결되었다.


평화의 대가
평화 조약 체결식이 두 도시의 중간 지점에서 열렸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양쪽 왕이 악수를 나누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것으로 우르와 우루크는 영원한 평화를 약속한다!" 강엔두가 선언했다.
군중이 환호했다. 전쟁은 끝났다. 사람들은 울고, 웃고, 서로를 껴안았다.
하지만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양쪽에는 평화를 원하지 않는 세력들이 있었다.
밤이 되자, 우르의 강경파 장군 심타바니(Shimtabani)가 강엔두를 찾아왔다.
"네 놈 때문에 우리가 굴욕을 당했다!" 심타바니가 분노했다. "우리는 우루크를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었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것입니다." 강엔두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전쟁에서는 희생이 필요하다!"
"필요 없는 희생입니다. 평화로 해결할 수 있었는데..."
심타바니는 칼을 뽑았다. "네 놈의 입을 영원히 막아주겠다!"
하지만 칼이 강엔두에게 닿기 전에, 심타바니는 갑자기 쓰러졌다. 뒤에서 이남신이 지팡이로 그를 쳤던 것이다.
"미안하네, 엔두." 이남신이 말했다. "평화에도 때로는 힘이 필요하다네."
강엔두는 쓰러진 심타바니를 바라봤다. 슬픔이 밀려왔다.
"평화를 위해 폭력을 사용해야 한다니... 이것이 옳은 건가요?"
"완벽한 평화는 없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비마엘이었다.
"선생님..."
"너는 잘했다, 엔두." 아비마엘이 강엔두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수천 명의 목숨을 구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평화의 사자
평화 조약 이후, 강엔두의 명성은 메소포타미아 전역에 퍼졌다. 다른 도시국가들도 분쟁이 있을 때 그를 찾았다.
"강엔두, 우리 도시와 이웃 도시 사이에 영토 분쟁이 있소. 중재를 부탁하오."
강엔두는 거절하지 않았다. 그는 한 곳 한 곳 다니며 평화를 만들었다. 쉽지 않았다. 때로는 실패했고, 때로는 위협받았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10년이 흘렀다. 강엔두는 이제 스물일곱 살이 되었고, "평화의 사자"로 불리게 되었다.
어느 날, 아비마엘이 다시 나타났다.
"엔두, 너의 임무는 끝났다."
"무슨 뜻인가요?" 강엔두가 물었다.
"나는 곧 떠나야 한다. 아눈나키 평의회가 지구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인간들은 이제 스스로 살아갈 준비가 되었다고."
"떠나신다고요?" 강엔두는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평화롭지 않은 곳이 많은데요..."
"그것은 인간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아비마엘이 미소 지었다. "그리고 나는 안다. 너 같은 사람들이 있다면, 인간들은 잘 해낼 것이라는 것을."
"선생님..." 강엔두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증오 속에서 살았을 겁니다."
"아니다." 아비마엘이 고개를 저었다. "평화를 선택한 것은 너였다. 나는 다만 길을 보여줬을 뿐이다."
아비마엘은 마지막 선물을 강엔두에게 주었다. 작은 크리스탈이었다.
"이것은 평화의 돌이다. 이것을 가진 자는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다. 잘 사용하거라."
그리고 빛과 함께 아비마엘은 사라졌다.


에필로그: 유산
50년 후
늙은 강엔두는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는 평화학교를 세웠고, 수백 명의 젊은이들에게 평화의 길을 가르쳤다.
"선생님." 한 제자가 물었다. "평화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강엔두는 오랜 생각 끝에 대답했다.
"용기다. 복수하는 것보다 용서하는 것이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싸우는 것보다 대화하는 것이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증오하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선생님." 다른 제자가 물었다. "평화가 항상 가능한 건가요? 어떤 사람들은 절대 변하지 않는데요."
"그렇다." 강엔두가 인정했다. "모든 사람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 한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바꾸고, 그렇게 평화는 퍼져나간다."
그날 밤, 강엔두는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그의 마지막 말은 이것이었다.
"평화는... 여정이다. 목적지가... 아니라..."
하늘에서 별이 하나 빛났다. 아비마엘이 지켜보고 있었다.
"잘했다, 나의 친구여." 아비마엘이 속삭였다. "너는 진정한 평화의 사자였다."
그리고 그 별빛은 강엔두의 제자들을 비췄다. 그들은 스승의 유산을 이어받아 세상에 평화를 퍼뜨릴 것이었다.
평화의 여정은 계속되었다.
[완]
주요 등장인물:
아비마엘 (Abimael) - 아눈나키 평의회의 평화주의자
강엔두 (Endu) - 전쟁 고아에서 평화의 사자가 된 청년
이남신 (Inimshina) - 현명한 서기관, 강엔두의 조력자
엔메바라게시 (Enmebaragesi) - 우르의 왕
길가메시 (Gilgamesh) - 우루크의 젊은 왕
심타바니 (Shimtabani) - 우르의 강경파 장군
닌기슈지다 (Ningishzida) - 아비마엘의 동료 아눈나키
메시지: 평화는 선택이며, 용기이며,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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