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156 )

시간을 품은 문장

by 이 범

"시간을 품은 문장"

“소연 님, 이 글은 제가 20년 전에 쓴 거예요.”
중년 작가는 조심스럽게 노트를 내밀었다.
그 안엔 오래된 문장들이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소연은 한 장 한 장 넘기며 말했다.
“이 글…
시간이 지나도 마음을 그대로 품고 있네요.
마치…
그때의 감정이 지금도 살아 있는 것 같아요.”

준혁은 커피를 내리며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그의 눈빛엔 조용한 감동과
책방이 품어가는 시간의 깊이에 대한 경외가 담겨 있었다.

그날, 책방은 평소보다 더 고요했다.
중년 작가의 글을 읽는 손님들의 눈빛엔
조용한 울림이 번지고 있었다.

소연은 노트를 펼쳐
한 문장을 적었다.

“시간을 품은 문장은 기억을 깨우고, 그 기억은 다시 마음을 움직인다.”

저녁이 되어 손님이 모두 돌아간 뒤,
소연은 창가에 앉아 말했다.
“준혁아,
그분의 글을 읽고 나니까
예전의 내가 떠올랐어요.
처음 글을 쓸 때의 떨림,
그리고 당신이 처음 내 글을 읽어줬던 그날.”

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소연아,
그 기억들이
지금의 우리를 만든 거야.
책방은 그 시간들을 품고
사람들을 이어주는 자리니까.”

밖은 초가을의 바람이 창을 흔들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시간을 품은 문장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더 깊이 꺼내었고,
그 마음은 또 다른 계절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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