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168)

공간을 보는 마음

by 이 범

공간을 보는 마음

“소연 님, 여기가 첫 번째 후보지입니다.”
청년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낡았지만 햇살이 잘 드는 공간,
벽에는 오래된 책장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창밖엔 조용한 골목이 펼쳐져 있었다.




소연은 천천히 공간을 둘러보며 말했다.
“여기…
시간이 머물렀던 자리 같아요.
책방이 되기엔 충분히 조용하고,
무언가를 품을 준비가 되어 있는 느낌이에요.”

준혁은 커피를 내릴 수 있는 작은 공간을 살피며
조용히 웃었다.
“소연아,
이곳에 우리가 만든 온기를 채워넣는다면
다시 하나의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을 것 같아.”

그날, 두 사람은 세 곳의 후보지를 함께 둘러보았다.
각기 다른 분위기, 다른 빛, 다른 공기.
하지만 공통된 건
두 사람의 마음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소연은 노트를 펼쳐
한 문장을 적었다.

“공간을 보는 마음은 그 안에 담길 이야기를 먼저 상상한다.”

저녁이 되어 마지막 후보지를 둘러본 뒤,
소연은 창가에 앉아 말했다.
“준혁아,
책방이 자라난다는 건
우리가 품은 마음이 더 넓게 퍼진다는 뜻 같아요.
조금은 낯설지만…
당신과 함께라면 괜찮아요.”

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소연아,
우리가 지켜온 온기를 잊지 않는다면
어디든 책방이 될 수 있어.
그리고 그 중심엔…
늘 너와 내가 있어.”

밖은 초가을의 바람이 창을 흔들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기타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공간을 보는 마음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더 깊이 꺼내었고,
그 마음은 또 다른 계절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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