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181)

글이 닿은 자리

by 이 범

"글이 닿은 자리"

“소연 님, 에세이 출간됐어요.”
청년은 책을 내밀며 말했다.
“서점에서도 반응이 좋아요.
책방을 직접 찾아오고 싶다는 독자들도 많고요.”

소연은 조심스럽게 책을 펼쳤다.
표지엔 책방의 창가가 그려져 있었고,
그 아래엔 그녀가 쓴 첫 문장이 적혀 있었다.
“이 공간은 마음이 머무는 속도로 자라났다.”
준혁은 커피를 내리며 말했다.
“소연아,
이제 우리가 꺼낸 마음이
누군가의 일상 속으로 들어갔어.
그게 참… 놀랍고 따뜻해.”
그날, 책방은 평소보다 더 따뜻했다.
에세이를 들고 찾아온 손님,
그들이 꺼낸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공간을 다시 흔들었다.

소연은 노트를 펼쳐
한 문장을 적었다.

“글이 닿은 자리는 마음이 다시 시작되는 곳이다.”

저녁이 되어 손님이 모두 돌아간 뒤,
소연은 창가에 앉아 말했다.
“준혁아,
책방이 이제는
책 속에서도 살아가고 있어요.
그게 참… 고마워요.”

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소연아,
그 글들이 이어져서
책방이 더 깊어지고 있어.
그리고 그 중심엔…
늘 너와 내가 있어.”

밖은 초가을의 바람이 창을 흔들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첼로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글이 닿은 자리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더 깊이 꺼내었고,
그 마음은 또 다른 계절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월, 화,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