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는 서툰 사랑에 대하여

어느오후

by 이 범

내가 꿈꾸는 서툰 사랑에 대하여

​출근길 지하철의 덜컹거림 속에 몸을 맡긴 채 창밖의 터널을 바라봅니다. 스무 살, 누군가는 인생의 가장 화려한 꽃봉오리가 터지는 시기라고 말하지만, 사실 저의 일상은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사무실의 파란 모니터 빛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엑셀의 숫자들과 씨름하고, 복사기 돌아가는 소리에 리듬을 맞추며, 점심시간의 짧은 햇살을 커피 한 잔에 녹여내는 평범한 직장인의 하루.

​하지만 그런 무채색의 시간 속에서도 가끔 제 마음 한구석엔 몽글몽글한 분홍빛 물감이 번지곤 합니다. 바로 **'정말 사랑하고 싶은 누군가'**를 떠올리는 순간입니다.

​내가 꿈꾸는 당신은 어떤 모습일까요

​제가 그리는 당신은 대단한 영웅도, 드라마 속 완벽한 주인공도 아닙니다. 그저 퇴근길, 지친 하루의 끝에서 우연히 마주친 노을을 보고 "오늘 하늘 참 예쁘다"며 사진 한 장을 보내줄 줄 아는 다정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이상형은 거창하지 않아요.

비가 내리는 날이면 우산 한쪽을 슬쩍 내 쪽으로 기울여 당신의 어깨가 젖는 줄도 모르는 무심한 배려를 가진 사람. 카페에 마주 앉아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공기의 흐름이 어색하지 않은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하는 아주 사소하고 서툰 이야기들에도 눈을 맞추며 "그랬구나"라고 가만히 끄덕여줄 수 있는, 그런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길 꿈꿉니다.

​가끔은 서점에 나란히 서서 서로가 좋아하는 문장을 공유하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시집의 한 구절을 당신이 읽어줄 때, 당신의 낮은 목소리가 제 마음의 빈칸을 채워주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스무 살, 아직은 서툰 기다림

​어른들은 말씀하시죠. "사랑은 현실이야"라고. 하지만 이제 막 사회라는 차가운 바다에 발을 담근 스무 살의 저는, 아직은 사랑의 순수함을 믿고 싶습니다. 계산적인 조건보다 내 마음이 먼저 뛰는 소리에 집중하고 싶고, 누군가를 위해 밤새 편지를 쓰며 단어를 고르는 그 애틋한 진심을 지켜내고 싶어요.

​사무실 책상 위에 놓인 작은 화분에 물을 주듯, 저는 아직 만나지 못한 당신을 위해 제 마음의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언젠가 당신이 제 세상으로 걸어 들어왔을 때, 제가 당신에게 가장 아름답고 건강한 쉼터가 되어주고 싶기 때문이에요.

​우리의 첫 만남은 어떨까요?

어쩌면 쏟아지는 비를 피하다 좁은 처마 밑에서 어깨가 닿는 찰나일지도, 혹은 늘 가던 단골 카페에서 같은 책을 집어 드는 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어떤 시작이든 저는 당신을 금방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신의 눈동자 속에 제가 꿈꾸던 그 따스한 온기가 서려 있을 테니까요.

​언젠가 마주할 나의 소중한 당신에게

​평범한 직장인인 저의 하루는 오늘도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퇴근하는 버스 창가에 머리를 기대면, 차창에 비친 제 모습 뒤로 당신의 환영이 겹쳐 보이기도 합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단순히 둘이서 맛있는 것을 먹고 영화를 보는 것 이상이라는 것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서로의 부족함을 기꺼이 채워주고, 서로의 가장 어두운 그림자까지도 안아주는 용기라는 것을요. 저는 당신에게 그런 용기를 낼 준비를 하며 하루하루를 소중히 채워가고 있어요.

​정말 사랑하고픈 사람이 생긴다면, 저는 제 모든 진심을 다해 당신을 아껴줄 거예요. 스무 살의 이 서투르지만 맑은 진심이 당신에게 닿는 그날까지, 저는 이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가장 특별한 꿈을 꾸며 당신을 기다릴게요.

​오늘 밤에도 제 일기장 끝에는 아직 쓰지 못한 당신의 이름 자리를 남겨둡니다.

나의 이상형, 나의 미래, 그리고 나의 전부가 될 당신. 우리, 너무 늦지 않게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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