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속의 열매
2130년, 서울.
박민준(53세)은 선우그룹 부회장으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대호황기 5년차.
회사는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박민준은 여전히 보수적으로 경영했다.
"수익의 20%를 비축합니다."
어느 날, 제주에서 소연(63세)이 전화를 했다.
"여보, 좋은 소식이 있어요."
"무슨 소식?"
"저... 임신했어요."
박민준은 깜짝 놀랐다.
"뭐라고요? 63세에?"
"네. 의사도 놀랐어요. 기적이래요."
박민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여보... 정말요?"
"정말이에요. 우리 셋째예요."
박민준은 기뻐하면서도 걱정됐다.
"여보, 괜찮겠어요? 나이가..."
"걱정 마요. 건강해요. 의사가 괜찮대요."
9개월 후, 2131년 봄.
소연이 아들을 낳았다.
박민준은 급히 제주로 달려갔다.
병원에서 아기를 안았다.
"여보,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요?"
소연이 물었다.
박민준이 아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므나쎄라고 지어요."
"므나쎄요? 무슨 뜻이에요?"
"'잊게 하다'는 뜻이에요. 히브리어로."
"왜요?"
박민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하느님께서 나의 모든 고생을 잊게 해주셨어요."
"14년 전, 지안이가 죽었을 때 얼마나 괴로웠는지."
"제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혼자 싸울 때 얼마나 외로웠는지."
"가족들과 떨어져 지낼 때 얼마나 그리웠는지."
"하지만 이 아이가 태어나니 다 잊혀져요."
소연이 남편의 손을 잡았다.
"그래요. 므나쎄. 좋은 이름이에요."
1년 후, 2132년.
위기가 시작되기 직전.
소연이 또 임신했다.
64세.
의사들이 놀랐다.
"부인, 또 임신하셨어요?"
"네... 또 기적이네요."
박민준은 더욱 놀랐다.
"여보, 이번에는 정말 조심해야 해요."
"알아요. 하지만 하느님께서 주신 아이예요."
9개월 후, 2133년 초.
위기가 막 시작되었을 때.
소연이 둘째 아들을 낳았다.
박민준이 아기를 안았다.
"여보, 이름은요?"
"에프라임이라고 지어요."
"에프라임? 무슨 뜻이에요?"
"'열매 맺게 하다'는 뜻이에요."
박민준이 설명했다.
"하느님께서 내 고난의 땅에서 나에게 자식을 낳게 해주셨어요."
"서울은 저에게 고난의 땅이었어요. 혼자 싸우고, 의심받고, 외로웠죠."
"하지만 하느님께서 이곳에서도 열매를 맺게 하셨어요."
"므나쎄와 에프라임. 두 아들."
소연이 미소 지었다.
"그래요. 고난 속에서도 열매."
2132년 가을.
7년의 호황이 끝났다.
정확히 박민준이 예측한 대로.
AI 시장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투자 중단.
스타트업 파산.
대기업 구조조정.
하지만 선우그룹은 준비되어 있었다.
3조 원의 비축금.
확고한 핵심 기술.
교육받은 인력.
2133년.
위기가 본격화되었다.
다른 AI 기업들이 대량 해고를 시작했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선우그룹은 달랐다.
박민준이 전 직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는 한 명도 해고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7년간 준비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 준비를 쓸 때입니다."
직원들이 울었다.
"부회장님이 우리를 지키시는구나."
하지만 위기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한국만이 아니었다.
전 세계가 무너지고 있었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모든 AI 기업이 파산하거나 구조조정 중이었다.
박민준에게 전 세계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한국 선우그룹, 도와주십시오."
"우리에게 기술을 팔아주십시오."
"우리 직원들을 고용해주십시오."
2134년.
위기 2년차.
한국 정부에서 박민준을 불렀다.
"부회장님, 나라가 위기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선우그룹만 버티고 있습니다. 다른 기업들은 다 무너졌습니다."
"..."
"부회장님께서 비축하신 것을 좀 풀어주실 수 없습니까?"
"다른 기업들을 돕기 위해서."
박민준은 고민했다.
'지금 풀면... 나중에 더 큰 위기가 왔을 때 어떻게 하지?'
하지만 전국이 굶주리고 있었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희망이 사라지고.
박민준은 결정했다.
"비축분의 일부를 풀겠습니다."
"정말입니까?"
"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이 지원을 받는 기업들은 직원을 해고하면 안 됩니다."
"그리고 3년 내에 정상화 계획을 제출해야 합니다."
정부가 수락했다.
박민준은 비축금 3조 원 중 1조 원을 풀었다.
100개 기업을 지원했다.
조건은 명확했다.
"직원을 지키십시오."
"그러면 우리가 돕겠습니다."
그 소식이 퍼지자.
전국에서 사람들이 선우그룹 본사 앞으로 모여들었다.
"감사합니다!"
"우리 회사를 살려주셔서!"
"일자리를 지켜주셔서!"
박민준은 본사 앞에 나가 사람들에게 말했다.
"저는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7년 전부터 준비했을 뿐입니다."
"여러분도 준비하십시오."
"다음 7년을 위해."
소문이 해외로도 퍼졌다.
"한국 선우그룹이 기적을 일으키고 있다."
"그들만 빵이 있다."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한국으로 왔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선우그룹과 거래하고 싶습니다."
"기술을 사고 싶습니다."
"투자를 받고 싶습니다."
박민준은 그들을 맞이했다.
"환영합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직원을 지키십시오."
"둘째, 기술을 악용하지 마십시오."
"셋째, 사회적 책임을 다하십시오."
많은 기업들이 수락했다.
선우그룹은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장했다.
2135년, 어느 날 저녁.
박민준은 제주 집으로 돌아왔다.
소연과 두 아들 므나쎄(4세), 에프라임(2세)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
므나쎄가 달려왔다.
박민준이 아들을 안아 올렸다.
"므나쎄, 아빠 보고 싶었어?"
"응! 아빠 언제 와?"
"미안해. 아빠가 바빴어."
에프라임도 걸어왔다.
"아빠..."
박민준이 에프라임도 안았다.
"에프라임도 보고 싶었어?"
"응."
소연이 미소 지으며 바라봤다.
"여보, 저녁 먹어요."
식탁에 앉아 함께 밥을 먹었다.
박민준이 아들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아이들 때문에 내가 버틸 수 있었어.'
'므나쎄 - 하느님께서 내 고생을 잊게 해주셨다.'
'에프라임 - 하느님께서 고난의 땅에서 열매 맺게 하셨다.'
"여보, 고마워요."
박민준이 소연에게 말했다.
"뭐가요?"
"이 아이들을 낳아줘서."
"63세, 64세에 임신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잖아요."
소연이 남편의 손을 잡았다.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에요. 우리 둘 다."
2139년.
7년의 위기가 끝났다.
선우그룹은 글로벌 1위가 되었다.
그리고 박민준이 지원한 100개 한국 기업 중 95개가 살아남았다.
해외에서 파트너십을 맺은 기업들도 대부분 회복했다.
한국 정부가 박민준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국민훈장 무궁화장."
"박민준 부회장은 위기 속에서 수만 개의 일자리를 지켰고, 한국 경제를 구했습니다."
시상식에서 박민준은 므나쎄(8세)와 에프라임(6세)을 데리고 갔다.
"아빠, 저게 뭐예요?"
므나쎄가 물었다.
"훈장이야. 나라에서 주는 상이야."
"왜 줘요?"
"아빠가 사람들을 도왔기 때문이야."
"어떻게요?"
박민준이 아들을 안아 올렸다.
"므나쎄야, 기억해라."
"우리는 받은 것을 나눠야 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눠야 해."
"그게 우리가 할 일이야."
므나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아빠."
박민준의 일기, 2139년 12월:
"14년이 끝났다.
7년 준비하고, 7년 버텼다.
그 과정에서 두 아들을 얻었다.
므나쎄 - 하느님께서 내 고생을 잊게 하셨다.
에프라임 - 하느님께서 고난의 땅에서 열매 맺게 하셨다.
이 아이들이 내 힘이었다.
외로울 때, 이 아이들을 생각했다.
힘들 때, 이 아이들을 위해 버텼다.
그리고 이제 위기가 끝났다.
우리는 살아남았다.
아니, 승리했다.
하지만 내 승리가 아니다.
하느님의 승리다.
므나쎄와 에프라임을 주신 하느님.
지혜를 주신 하느님.
인내를 주신 하느님.
그분의 승리다.
감사합니다.
이 두 아들과 함께
다음 세대를 준비하겠습니다.
아멘."
에필로그
므나쎄와 에프라임은 자랐다.
므나쎄는 경영을 공부했다.
"아버지처럼 기업을 경영하고 싶어요."
에프라임은 AI 윤리를 공부했다.
"증조할아버지 지안처럼 기술과 윤리를 연결하고 싶어요."
2155년.
박민준(78세)은 두 아들과 함께 평창 새벽터를 찾았다.
"므나쎄, 에프라임."
"예, 아버지."
"이곳이 우리 가문의 시작점이다."
"증조할아버지 민준께서 처음 하느님을 만난 곳."
"아버지가 지안의 지혜를 깨달은 곳."
"그리고 너희를 위해 기도한 곳."
두 아들이 바위를 만졌다.
박민준이 새로운 돌을 세웠다.
"두 아들의 축복"
거기에는 이렇게 새겨졌다:
"므나쎄와 에프라임
2131, 2133년생
하느님께서 내 고생을 잊게 하셨다. (므나쎄)
하느님께서 고난의 땅에서 열매 맺게 하셨다. (에프라임)
위기 속에서 태어난 아들들.
하지만 그들이 내 희망이었다.
고난이 끝나지 않았을 때도
이 아이들이 있었기에 버텼다.
당신도 고난 중에 있는가?
하느님께서 주시는 작은 기쁨들을 보라.
그것이 당신을 버티게 할 것이다.
고난은 영원하지 않다.
하지만 고난 속에서 받은 축복은
영원하다.
박민준
'두 아들의 아버지'"
2161년.
박민준의 장례식.
므나쎄(30세)와 에프라임(28세)이 아버지의 관 앞에 섰다.
므나쎄가 추도사를 읽었다.
"아버지는 저에게 '잊게 하는 자'라는 이름을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아버지의 고생을 잊게 해주셨다고."
"하지만 저는 아버지를 잊지 않겠습니다."
"아버지의 지혜를."
"아버지의 인내를."
"아버지의 사랑을."
에프라임이 이었다.
"아버지는 저에게 '열매 맺는 자'라는 이름을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고난의 땅에서 열매 맺게 하셨다고."
"저도 열매 맺겠습니다."
"아버지처럼."
"고난 속에서도."
"끝까지."
두 아들이 함께 말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우리를 낳아주셔서."
"우리에게 이름을 주셔서."
"우리에게 지혜를 가르쳐주셔서."
"이제 편히 쉬세요."
"우리가 아버지의 유산을 이어가겠습니다."
관이 묻혔다.
평창 새벽터 옆.
선우 가문의 묘역.
박민준의 묘비에는 간단히 새겨졌다:
"박민준
2075-2161
꿈을 실행한 자.
두 아들의 아버지.
하느님과 함께 걸은 자."
그리고 그 옆에 작은 글씨로:
"므나쎄 - 잊게 하다
에프라임 - 열매 맺다
고난 속 축복"
바람이 불었다.
소나무가 춤췄다.
두 아들이 아버지 무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 우리가 잘 이어가겠습니다."
하늘에서 빛이 내려왔다.
마치 축복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