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거짓말을 본다
강민준은 상대의 눈을 보면 모든 것을 안다.
정확히는, 눈 자체가 아니다. 눈 주변의 근육, 미세하게 수축하는 동공, 말이 입술을 떠나기 0.3초 전에 이미 표정에 새겨지는 파동 — 그것들이 그에게는 활자처럼 선명하게 읽혔다. 사람들은 입으로 거짓말을 하지만, 몸은 언제나 진실을 말한다. 강민준은 그 진실을 읽는 사람이었다.
오후 두 시, 여의도의 한 고층 빌딩 33층. 통유리 너머로 한강이 납빛으로 번들거렸다. 강민준은 묵직한 소파에 기대듯 앉아 테이블 맞은편의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유태경, 올해 나이 마흔여덟. 한성그룹 계열사인 HS바이오텍의 전략기획실장이었다. 그는 단정하게 넘긴 머리와 이탈리아제 수트로 무장한 채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저희 회사는 이번 신약 임상 결과에 대해 어떠한 은폐도 없었습니다. 모든 절차는 식약처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되었고, 그것은 제출된 서류로도 충분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강민준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메모지에 펜을 가져다 댔다. 뭔가를 적는 척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유태경의 왼쪽 눈꺼풀에 고정되어 있었다. 말이 끝나는 순간, 0.2초 남짓한 시간 동안 그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 입 꼬리는 웃고 있었지만 눈 아래의 광대근은 단 한 번도 올라가지 않았다. 뒒머리까지 단단하게 굳어 있는 승모근은 잔뜩 긴장해 있었고, 양손은 자연스럽게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척했지만 검지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해 있었다.
'거짓말이다.'
강민준은 그것을 문장이 아닌 사실로 인식했다. 배가 고프다, 날씨가 춥다 — 그처럼 너무 자명해서 의심조차 들지 않는 사실.
"그렇군요."
그는 부드럽게 말하며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유태경은 흠칫, 하고 어깨를 굳혔다. 그 역시 느꼈을 것이다. 이 기자가 자신을 다르게 본다는 것을. 그 감각이 얼마나 불편한지는, 그의 손이 무릎 위로 내려가 손바닥을 허벅지에 문지르는 동작으로 충분히 전해졌다.
강민준은 서른네 살이었다.
《한국시사주간》의 탐사보도팀 소속 기자. 기자증을 달고 일한 지 꼭 십 년이 되었다. 사람들은 그를 두고 "취재력이 비상하다"거나 "직관이 날카롭다"고 했다. 선배들은 그의 인터뷰 기사를 보며 감탄했다. 어떻게 이런 내용을 끌어냈느냐고, 어떻게 저 사람이 이 말을 했느냐고. 강민준은 그럴 때마다 그냥 웃었다.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사람의 마음이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가는 정신과 진료를 권유받을 것이 뻔했다.
능력이 처음 발현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어머니가 "아빠는 출장 중이야"라고 말하던 순간, 그는 처음으로 보았다. 어머니의 눈 안에서 뭔가가 무너지는 것을. 그 눈이 거짓말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사흘 뒤, 아버지는 짐을 싸들고 나갔다. 다른 여자가 있었다.
이후로도 그 감각은 끄지 않는 전등처럼 그의 신경에서 꺼지지 않았다. 친구들의 위로가 거짓임을 알았고, 첫사랑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도 일찌감치 알았다. 대학 시절 사귄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만나고 있다는 것도, 그 여자가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기 이틀 전에 이미 알았다.
알면서도 막지 못했다. 그게 가장 고통스러웠다.
진실을 본다는 것이 행복과 같은 말이 아님을, 강민준은 일찍부터 배웠다.
그래서 기자가 되었다. 적어도 이 능력이 세상에서 한 가지 쓸모가 있다면, 감춰진 것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권력이 숨긴 거짓, 강자가 약자에게 행한 위선, 그것을 활자로 끄집어내는 일이라면 — 이 불편한 재능도 존재의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떤 날 밤에는, 혼자 소주를 따르며 생각했다. 이 능력이 없었더라면 나는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까.
답은 언제나 오지 않았다.
인터뷰를 마치고 편집국으로 돌아온 것은 오후 네 시가 넘어서였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한국시사주간》 편집국은 늘 그렇듯 소란스럽고 복잡했다. 모니터 불빛 아래 기자들이 키보드를 두드렸고, 어딘가에서 전화기가 쉬지 않고 울렸다. 커피 냄새와 인쇄 잉크 냄새가 뒤섞인 공기. 강민준에게는 가장 편안한 냄새였다.
"강민준."
그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목소리가 날아왔다. 탐사보도팀장 이혜정이었다. 마흔둘, 단발머리, 언제나 검정 자켓을 걸치고 있는 여자. 언론계에서 '이혜정의 기사는 제목부터 칼날'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날카로운 사람이었다. 강민준은 그 사람을 좋아했다. 무엇보다,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뉴스 봤어?"
"어떤 거요?"
"한성그룹."
이혜정이 자신의 모니터 화면을 돌려 보였다. 속보 창이 열려 있었다.
[속보] 한성그룹 한재원 부회장, 오늘 새벽 자택에서 갑작스럽게 사망. 향년 59세. 경찰, 정확한 사인 조사 중.
강민준의 눈이 가늘어졌다.
한재원. 그 이름은 경제부 기자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국내 재계 3위 한성그룹의 부회장. 그룹 창업주인 한무경 회장의 차남. 형인 한재도 회장의 그늘에 가려 있었지만, 업계 안에서는 한성그룹의 실질적인 핵심 전략을 짜는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 그가 갑자기 죽었다.
"사인이 뭐래요?"
"공식 발표는 심장마비. 근데."
이혜정이 팔짱을 꼈다.
"그 사람 한 달 전에 건강검진 받았어. 결과 정상. 마흔 살 심장이라고 했대."
강민준은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취재하라는 거죠?"
"가능하면 단독. 경찰 발표만 받아 쓰지 말고, 네가 직접 들어가서 봐. 뭔가 있을 거야."
이혜정은 그것을 확신하는 눈으로 말했다. 강민준도 그 눈을 읽었다. 두려움이 조금 섞여 있었다. 단순한 예감이 아니라, 이미 뭔가를 알고 있는 사람의 눈이었다.
"팀장님."
"응."
"혹시 알고 계신 게 있어요? 단순히 예감으로 저한테 이걸 맡기시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이혜정이 잠깐 멈췄다. 그리고 말했다.
"열흘 전에, 한재원 부회장이 우리 회사 대표한테 전화를 했어. 그 내용을 나는 몰라. 근데 그 다음 날부터 대표가 나한테 한성그룹 관련 기사 건드리지 말라고 했거든."
강민준은 그 말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저한테 맡기시는 거군요. 위에서 막기 전에."
이혜정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모니터를 다시 돌렸다. 그것이 답이었다.
다음 날 오전 열 시.
강민준은 한성그룹 본사가 있는 강남구 삼성동의 한성타워 앞에 서 있었다. 지상 55층짜리 유리 건물.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그 건물은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오히려 차갑게 빛났다.
사전에 전화로 인터뷰 요청을 해두었다. 공식적인 명목은 한재원 부회장의 추모 인터뷰. 한성그룹 홍보실에서 담당자를 내보내주기로 했다. 홍보팀장 박기태, 오십 대 초반의 남자.
로비에 들어서자 안내 데스크에서 출입증을 발급해주었다. 대리석 바닥, 천장까지 이어진 한성그룹 로고, 양복 차림의 직원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로비. 강민준은 그 공간을 천천히 훑었다. 카메라가 보였다. 여섯 개. 로비 한 군데에만.
'과하다.'
박기태는 3분 후에 나타났다. 딱 맞는 검정 수트에 은색 넥타이. 나이보다 젊어 보이려는 노력이 역력한 헤어스타일. 그는 손을 내밀며 웃었다.
"강민준 기자님, 반갑습니다. 박기태입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나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들은 5층의 소회의실로 올라갔다. 통유리 너머로 삼성동의 빌딩 숲이 보이는 방이었다. 마주 앉자, 박기태가 먼저 물을 따랐다.
"부회장님 일로 저희 모두 많이 놀랐습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강민준은 그 말을 들으며 박기태의 얼굴을 정밀하게 스캔했다.
'슬픔 — 없다. 놀람 — 연기다. 불안 — 있다. 아주 많이.'
박기태는 슬퍼하는 척하고 있었다. 부회장의 죽음이 그에게 슬픔이 아닌 다른 감정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강민준은 그 감정의 종류를 더 읽으려 했다. 공포인가. 안도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부회장님께서 평소에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셨나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라는 발표에 주변 분들이 모두 놀라셨을 것 같아서요."
"아, 네. 저도 정말 믿기지가 않아서요. 그렇게 정정하셨는데……."
'지금 이 사람은 말을 고르고 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말해야 하는 것 사이를 계산하고 있어.'
강민준은 잠시 펜을 내려놓고, 아무렇지 않게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가 다시 박기태에게 가져왔다.
"부회장님, 돌아가시기 전에 특별히 이야기하셨던 게 있으셨나요? 최근에 스트레스를 받으셨다거나, 뭔가 신경 쓰이는 일이 있다고 하셨다거나."
박기태의 눈이 순간 흔들렸다.
0.15초.
인간의 의식이 통제하기에는 너무 빠른 시간. 하지만 강민준의 눈에는 그 0.15초가 선명하게 포착되었다.
"아니요, 특별히……. 업무상 바쁘시긴 했지만, 그건 늘 그러셨으니까요."
'알고 있다. 이 사람은 뭔가를 알고 있다.'
강민준은 더 이상 압박하지 않았다. 능숙한 낚시꾼처럼, 줄을 너무 당기면 끊어진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대신 화제를 부드럽게 돌려 한재원 부회장의 취미 이야기, 그룹 내에서의 인간적인 면모 같은 가벼운 질문들을 이어갔다. 박기태는 점점 긴장을 풀었다.
그게 목적이었다.
경계가 내려갔을 때, 사람의 진심은 자주 실수로 흘러나온다.
"그나저나, 이번 주 안으로 그룹 차원의 공식 입장을 발표하시나요? 후계 구도라든가, 경영 공백 같은 부분을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셔서요."
박기태의 입술이 대답하기 위해 열리다가, 멈췄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 불과 0.5초 — 강민준 뒤쪽의 벽으로 향했다가 돌아왔다.
강민준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방향을 머릿속에 저장했다.
'저 뒤에 뭔가가 있다. 아니면, 누군가가.'
인터뷰는 한 시간 남짓 이어졌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박기태가 엘리베이터 앞까지 강민준을 안내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나서, 박기태가 말했다.
"강 기자님."
"네."
"이번 기사, 많이 신중하게 써주세요. 그분이……." 박기태는 잠시 말을 끊었다. "그분이 그럴 분이 아니어서, 너무 자극적으로 나가면 유족분들이 많이 힘드실 것 같아서요."
강민준은 그 말을 들으면서 박기태의 눈을 보았다.
두려움.
이번엔 숨기려 하지 않았다. 아니, 이미 숨길 여력이 남지 않은 눈이었다. 강민준을 향한 경고인지, 아니면 자기 자신을 향한 두려움인지 — 경계가 모호하게 섞여 있었다.
"물론이죠. 저도 신중하게 접근할 생각입니다."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강민준이 탔다. 문이 닫히기 직전, 그는 박기태의 손에서 무언가를 보았다. 핸드폰 액정. 메시지 창이 열려 있었다. 박기태가 그것을 인식하고 화면을 뒤집었지만, 이미 늦었다.
강민준의 눈은 단 0.5초 만에 그 화면을 읽었다.
발신인 : H
내용 : 기자 내보내고 즉시 연락. 그 놈 눈이 이상해.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강민준은 번쩍이는 거울 같은 엘리베이터 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얼굴. 오랫동안 훈련된 얼굴.
그러나 머릿속은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발신인 'H'. 한성그룹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 이 인터뷰를 누군가가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강민준이 무언가를 눈치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 놈 눈이 이상해.'
강민준은 낮게 웃었다.
그렇다. 그의 눈은 이상하다. 그것만큼은 그들이 정확하게 본 것이었다.
1층 로비로 내려서면서, 그는 이미 이 사건의 무게를 가늠하고 있었다. 한재원 부회장의 죽음은 심장마비가 아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한성그룹의 누군가가 있다.
그 '누군가'가 지금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아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도.
마음을 읽는 남자는 오늘, 마음을 읽히지 않기 위한 사람들의 거대한 성(城) 앞에 첫발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