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해몽
2123년 겨울, 서울 선우그룹 본사.회장 선우태민(66세)은 3일 연속 악몽에 시달렸다.
첫 번째 꿈.
"한강 다리 위에 서 있었다.
갑자기 물 위로 건강한 직원 7명이 올라왔다.
활기차고 밝은 얼굴들이었다.
그들이 회사 건물로 들어가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 뒤를 이어 또 다른 7명이 물에서 올라왔다.
지치고 야윈 직원들이었다.
그들이 건강한 7명 옆에 섰다.
그리고... 그들이 건강한 7명을 삼켜버렸다.
아니,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태민은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났다.
다음 날 밤, 또 꿈을 꾸었다.
"회사 주가 차트를 보고 있었다.
한 화면에서 7개의 큰 상승 캔들이 올라왔다.
살찌고 건강한 캔들들이었다.
그런데 그 뒤로 7개의 하락 캔들이 솟아났다.
야위고 빈약한 캔들들이었다.
그것들이 상승 캔들을 삼켜버렸다.
차트가 폭락했다."
태민은 또 깨어났다.
세 번째 밤에도 비슷한 꿈.
아침.
태민은 비서를 불렀다."전문가들을 모셔오시오."
"어떤 전문가 말씀이십니까?"
"꿈 해석 전문가. 심리학자, 경영 컨설턴트, 누구든."
일주일 동안 5명의 전문가가 왔다.
카이스트 심리학 교수.
하버드 출신 경영 컨설턴트.
유명 역술가.
정신과 의사.
미래학자.
하지만 아무도 확실한 해석을 주지 못했다.
"스트레스 때문입니다."
"경영 부담이 꿈으로 나타난 겁니다."
"수면제를 드세요."태민은 답답했다.
그날 저녁, 임원 회식.
경영지원실장 김재환(62세)이 술을 마시다 말했다.
"회장님, 그 꿈 이야기 들었습니다."
"자네도 아는가?"
"예. 임원들 사이에 소문났습니다."
"흠..."
김재환이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회장님, 혹시... 박민준 이사장 생각나십니까?"
태민이 멈췄다.
"박민준? AI 윤리 재단의?"
"예. 그분 말입니다."
"왜 갑자기?"
김재환이 설명했다.
"2년 전 일입니다. 제가 정부에서 일할 때..."
2년 전 (2121년).
김재환은 정부 AI 정책국장이었다.
어느 날, 선우그룹 전략기획실에서 연락이 왔다.
"국장님, 도와주십시오."
"무슨 일입니까?"
"회사가 큰 결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정부 입장을 알고 싶습니다."
김재환은 선우그룹 본사로 갔다.
전략기획실장이 설명했다.
"우리가 대규모 투자를 고려 중입니다. 하지만 위험 부담이 큽니다."
"어떤 투자입니까?"
"AI 반도체 공장. 10조 원 규모입니다."
"10조요?"
"네. 하지만 시장 전망이 불확실합니다."
김재환이 자료를 검토했다.
"음... 제 개인 의견으로는 보류가 좋겠습니다."
"왜요?"
"시장이 너무 과열되어 있습니다. 조정이 올 수 있습니다."
그때 회의실 문이 열렸다.
한 남자가 들어왔다.
박민준(45세).
당시 AI 윤리 재단 제주 분원장이었다.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아, 박 분원장님. 오셨군요."
박민준이 자리에 앉았다.
"제가 무슨 이야기 나왔습니까?"
"10조 원 투자 건입니다."
박민준이 자료를 봤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하지 마십시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왜요?"
"7년 후 큰 위기가 옵니다."
"7년 후요?"
박민준이 설명했다.
"선우지안이 남긴 논문입니다. 'AI 산업의 7년 사이클'."
"2018년부터 시작된 AI 붐이 2025년에 정점을 찍고, 2026년부터 조정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2032년부터 본격적인 위기가 옵니다."
"지금 10조 원을 투자하면, 2032년에 파산합니다."
전략기획실장이 반박했다.
"그건 하나의 가설일 뿐 아닙니까?"
"맞습니다. 하지만 지안의 예측은 항상 맞았습니다."
김재환이 끼어들었다.
"박 분원장님, 그럼 언제 투자해야 합니까?"
"2032년 이후입니다. 위기가 지나가고 나서."
"하지만 그때는 너무 늦지 않습니까?"
박민준이 고개를 저었다.
"늦지 않습니다. 그때가 진짜 기회입니다."
회의는 결론 없이 끝났다.
하지만 김재환은 박민준의 말을 기억했다.
현재 (2123년).
김재환이 태민에게 말을 이었다.
"회장님, 그때 박민준 이사장이 한 말이 생각납니다."
"무슨 말?"
"7년 사이클. 지금이 정확히 2년 후입니다."
태민의 눈이 커졌다.
"그럼..."
"회장님 꿈이 혹시 그것과 관련 있지 않을까요?"
"7개가 7개를 삼킨다..."
"7년이 7년을 삼킨다는 뜻 아닐까요?"
태민은 숨이 멎었다.
"김 실장, 박민준 이사장을 당장 모셔오시오."
"지금요?"
"지금!"
2시간 후.
박민준이 서울로 왔다.
급히 연락받고 KTX를 탔다.
회장실.
태민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사장님, 급히 불러서 죄송합니다."
"무슨 일입니까?"
태민이 꿈을 설명했다.
박민준은 조용히 들었다.
"이사장님, 이게 무슨 의미입니까?"
박민준이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회장님, 제가 2년 전에 전략기획팀에게 했던 말 기억하십니까?"
"무슨 말입니까?"
"7년 사이클입니다."
박민준이 노트북을 열었다.
지안의 논문을 보여줬다.
"지안이 예측했습니다. 2025년까지 호황, 2032년부터 위기."
"회장님 꿈은 그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태민이 떨렸다.
"그럼... 정말 위기가 옵니까?"
"옵니다. 확실합니다."
"언제부터입니까?"
"2025년 호황이 끝나고, 2026-2027년 소강기, 2032년부터 본격 위기입니다."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박민준이 설명했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7년간 수익의 20%를 비축하십시오."
"확장하지 마십시오."
"핵심 역량에만 집중하십시오."
"인력을 교육하십시오."
태민이 메모했다.
그날 밤, 태민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2년 전에 박민준이 경고했었구나.'
'하지만 우리는 듣지 않았어.'
'김재환도 기억하고 있었는데...'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하지 않았지?'
다음날 아침, 태민은 김재환을 불렀다.
"김 실장, 왜 2년 전에 나에게 말하지 않았나?"
김재환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왜 말하지 않았나고!"
"당시에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너무 먼 미래 같았고..."
"그리고?"
"그리고... 잊어버렸습니다."
태민은 한숨을 쉬었다.
"김 실장, 자네 같은 사람을 '헌작 시종장'이라고 하네."
"예?"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야. 요셉이 꿈을풀이해줬는데, 복직 후에 요셉을 2년간 잊어버렸지."
"..."
"자네도 박민준의 경고를 2년간 잊었어. 오늘에야 기억하고."
김재환의 얼굴이 붉어졌다.
"정말 죄송합니다."
태민이 손을 들었다.
"됐네. 이제라도 기억했으니 다행이지."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잊지 말게. 중요한 것은 절대로."
"명심하겠습니다."
그날 오후, 긴급 이사회.
태민이 발표했다.
"여러분, 중대 발표가 있습니다."
"박민준 AI 윤리 재단 이사장을 우리 선우그룹 부회장으로 영입합니다."
이사들이 놀랐다.
"부회장이요?"
"네. 미래전략 총괄 부회장입니다."
"무슨 일을 하실 건데요?"
태민이 설명했다.
"14년 계획을 실행하실 겁니다."
"7년 준비, 7년 생존."
"박 이사장의 지휘 아래 우리는 다가오는 위기를 준비할 것입니다."
이사 중 한 명이 물었다.
"회장님, 그 근거가 무엇입니까?"
"내 꿈입니다."
"꿈이요?"
태민이 꿈을 설명했다.
"그리고 이것은 선우지안이 5년 전에 예측한 것과 일치합니다."
"박민준 이사장이 2년 전에 우리에게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듣지 않았습니다."
"이제라도 들어야 합니다."
침묵.
준호가 먼저 손을 들었다.
"찬성합니다."
"저도요."
"저도 찬성."
만장일치.
박민준이 부회장으로 선임되었다.
일주일 후, 취임식.
박민준이 단상에 올랐다.
"존경하는 선우그룹 임직원 여러분."
"저는 2년 전에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습니다."
"저도 포기했습니다. '때가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태민 회장님께 꿈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김재환 실장님이 기억했습니다."
"늦었지만, 늦지 않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준비할 시간이 7년 남았습니다."
"함께 준비합시다."
"7년 후의 위기를 넘기 위해."
박수가 터졌다.
박민준의 일기, 2123년 12월:
"2년 전, 나는 경고했다.
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나는 상처받았다.
'내 말을 왜 안 듣지?'
그래서 포기했다.
'때가 아닌가 보다.'
하지만 하느님께는 때가 있었다.
태민 회장의 꿈.
김재환의 기억.
모든 것이 하느님의 계획이었다.
2년 전에 들었다면?
아마 준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꿈을 꾸었고,
위기감을 느꼈고,
움직일 준비가 되었다.
하느님의 타이밍은 완벽하다.
내 타이밍이 아니라
하느님의 타이밍을.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
감사합니다.
아멘."
—끝—
에필로그
2년의 '잊혀진 시간'은 낭비가 아니었다.
그것은 준비의 시간이었다.
박민준이 준비하는 시간.
태민이 깨닫는 시간.
김재환이 숙성시키는 시간.
그리고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준비하시는 시간.
2년 후, 선우그룹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준비되어 있었다.
박민준의 14년 계획으로.
그리고 그들은 살아남았다.
평창 새벽터에 새 돌이 세워졌다.
"잊혀진 2년"
거기에는 이렇게 새겨졌다:
"헌작 시종장의 교훈
2121-2123
나는 경고했다.
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2년간 잊혀졌다.
상처받았다.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하느님께는 때가 있었다.
2년 후.
꿈이 왔다.
기억이 돌아왔다.
그리고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잊혀진 시간은
낭비가 아니었다.
준비의 시간이었다.
당신의 경고가 무시당했는가?
낙심하지 마라.
하느님께는 때가 있다.
2년 후든,
20년 후든,
때가 되면
모든 것이 기억될 것이다.
인내하라.
- 박민준
'2년을 기다린 자'"
그 돌은 오늘도
무시당하고 잊혀진 이들에게
말을 건넨다.
"네 경고가 무시당했는가?
낙심하지 마라.
하느님께는 완벽한 타이밍이 있다.
너무 일러도,
너무 늦어도 안 된다.
정확한 때에
모든 것이 기억될 것이다.
인내하라.
그리고 준비하라.
때가 오면
네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