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107)

흔들리는 자리

by 이 범

"흔들리는 자리"

“소연 님, 문학 잡지에서 장기 연재 제안이 들어왔어요.”
편집자의 목소리는 들뜬 듯했지만,
소연은 조용히 노트를 덮었다.
그녀의 눈빛엔 설렘과 망설임이 동시에 깃들어 있었다.

“책방을 지키면서…
연재를 병행할 수 있을까요?”
소연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준혁은 커피를 내리며 말했다.
“소연아,
네 글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는 건
분명 좋은 일이야.
하지만…
너 자신이 흔들리지 않는 게 더 중요해.”

그날, 두 사람은 책방 구석에 앉아
조용히 제안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책방은 평소처럼 고요했지만,
그 고요함 속엔 묵직한 감정이 흘렀다.

“준혁아.”
소연이 말했다.
“책방은 내 글의 뿌리예요.
이 공간이 없으면…
나는 쓰지 못할지도 몰라요.”

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럼,
책방을 지키면서도
글을 더 넓게 펼칠 방법을 찾자.
흔들리더라도,
우린 중심을 잃지 않을 거야.”

밖은 초가을의 바람이 창을 흔들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재즈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흔들리는 자리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더 깊이 꺼내었고,
그 마음은 또 다른 선택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