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국가정원

자연과 맛이 어우러진 남도의 정원

by 이 범

순천국가정원, 자연과 맛이 어우러진 남도의 정원

남쪽 끝 정원으로
"순천 가본 적 있어?"
12월의 어느 주말, 지혜가 물었다. 올해 마지막 여행을 계획하던 중이었다.
"순천? 전라남도?"
민수가 대답했다.


"응. 순천만 습지 있는 곳. 그리고 국가정원도 있대."
"국가정원?"
"한국 1호 국가정원이래. 엄청 크고 예쁘다던데."
서연이가 검색을 시작했다.


"순천만국가정원.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최 후 2015년 국가정원 1호로 지정. 면적 112만㎡."
"어마어마하네."
준우가 흥미를 보였다.


"12월에도 볼 게 있어? 겨울인데."
"겨울 정원도 아름답대. 그리고..."
지혜가 덧붙였다.
"정원 근처에 한정식집들이 많대. 남도 음식."
"한정식!"
"순천은 남도 음식의 본고장이잖아. 정원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민수가 찬성했다.


"좋아. 올해 마지막 여행으로 딱이네. 서울에서 먼 곳으로."
다음 주 토요일 새벽, 네 식구는 KTX를 탔다.
"순천역까지 세 시간."
"멀긴 하네."
"그래도 KTX로 갈 수 있어서 다행이야."
기차는 남쪽으로 달렸다. 서울, 대전, 대구를 지나 전라남도로.


"풍경이 완전 다르다."
창밖으로 평야가 펼쳐졌다. 넓고 평평한 들판.
"호남평야구나."
순천역에 도착했다.
"도착!"
역에서 나오니 공기가 달랐다. 차갑지만 상쾌했다.


"서울보다 춥지 않네."
"남쪽이니까."
택시를 타고 순천만국가정원으로 향했다.

겨울 정원의 고요한 아름다움
15분쯤 가니 거대한 정원이 나타났다.


"우와... 진짜 크다!"
입구에 '순천만국가정원' 큰 글씨가 보였다.
표를 끊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부터 볼까?"
"지도 보자."
정원 지도가 어마어마했다.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한국정원, 세계정원, 습지센터, 꿈의 다리...
"하루에 다 못 보겠는데?"
"중요한 곳만 보자."
먼저 한국정원으로 향했다.


전통 한옥과 정원이 조화를 이룬 공간이었다.
"예쁘다."
비록 12월이라 꽃은 별로 없었지만, 나무들과 연못, 정자가 아름다웠다.


"겨울 정원도 운치 있네."
한국정원을 지나 세계정원 구역으로 갔다.
여러 나라의 정원 양식이 재현되어 있었다.
프랑스정원, 영국정원, 독일정원, 중국정원...
"진짜 세계 여행하는 것 같아."
각 정원마다 특색이 달랐다.


"프랑스는 기하학적이고, 영국은 자연스럽고."
중국정원에 들어가니 전통 건축물들이 있었다.
"진짜 중국 온 것 같아."
두 시간쯤 걸으니 다리가 아팠다.


"쉬자."
꿈의 다리 근처 벤치에 앉았다.
꿈의 다리는 정원을 가로지르는 긴 다리였다. S자 모양으로 구불구불했다.


"저 다리 걸어볼까?"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다리 위에서 보는 정원이 장관이었다.


"여기서 보니까 정원 전체가 보이네."
겨울 햇살에 반짝이는 나무들, 연못, 산책로.
"봄에 오면 더 예쁘겠다."
"그래도 겨울도 좋아. 조용하고."


남도 음식의 깊은 맛
정원을 두 시간 더 둘러보고 나왔다.
"배고파."
"한정식 먹으러 가자."
정원 근처에 식당들이 여러 개 있었다. 대부분 한정식집이었다.


"어디로 갈까?"
가장 사람이 많은 집으로 들어갔다. '남도한정식'.
"여기요, 네 명이요."
"네, 앉으세요."
넓은 홀에 자리를 잡았다.


"메뉴는요?"
"한정식 하나예요. 인원수만 말씀해주세요."
"네 명이요."
"네. 금방 나옵니다."
잠시 후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어머!"
상 위에 접시들이 가득 찼다.
"몇 개야, 이게?"
세어봤다. 반찬만 15가지가 넘었다.


나물, 김치, 젓갈, 구이, 조림, 전...
"와... 이게 다 반찬이야?"
메인 요리도 나왔다. 생선구이, 불고기, 된장찌개.
"이거 네 명이 먹을 수 있어?"
한 입 먹었다.



"맛있다!"
"진짜 맛있어. 간이 딱 맞아."
"이게 남도 음식이구나."
반찬 하나하나가 정성스러웠다. 간이 세지도 않고 싱겁지도 않았다.


"균형이 완벽해."
특히 나물들이 일품이었다.
"이 나물은 뭐야?"
"취나물이요."
"처음 먹어보는데 맛있다."
주인 할머니가 다가오셨다.


"맛있게 드세요."
"정말 맛있어요. 여기서 오래 하셨어요?"
"30년 했지."
"30년!"
"순천만정원 생기기 전부터 했어. 그때는 손님이 별로 없었는데, 정원 생긴 후로 많아졌지."


"반찬이 정말 많네요."
"남도 음식은 원래 그래. 정성껏 많이 차려야지."
"다 직접 만드세요?"
"그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장보고, 다듬고, 만들어. 매일."
"대단하시네요."
"뭐가 대단해. 그냥 하던 대로 하는 거지."
식사를 천천히 즐겼다.



하나하나 맛보며.
"이게 진짜 한정식이구나."
"서울에서 먹던 거랑 완전 달라."
"레벨이 다르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배가 불렀다.


"너무 많이 먹었나."
"움직여야겠다. 소화시키러."

자연과 사람이 만든 아름다움
정원으로 다시 들어갔다.
"습지센터 쪽 가보자."
습지센터 방향으로 걸었다.


순천만 습지가 가까워지자 풍경이 달라졌다.
갈대밭이 펼쳐졌다.
"우와!"
끝없이 이어지는 갈대밭. 겨울 바람에 일렁이는 갈대들.
"장관이다."
갈대밭 사이로 나무 데크길이 있었다.


천천히 걸었다.
바람 소리, 갈대 스치는 소리만 들렸다.
"고요하다."
한참을 걸으니 전망대가 나왔다.
올라가서 보니 순천만 전체가 보였다.


"여기가 순천만이구나."
S자로 구불구불한 수로, 드넓은 갈대밭, 멀리 바다.
"자연이 만든 예술이네."
준우가 조용히 말했다.


"정원은 사람이 만들었고, 습지는 자연이 만들었네."
"좋은 관찰이다."
"둘 다 아름다워."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석양이 갈대밭을 비췄다.
"석양이다."
갈대가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아름답다."
한참을 그렇게 석양을 봤다.
"순천 정말 좋다."
"응. 다시 오고 싶어."
숙소로 돌아가는 길, 택시 기사님이 말씀하셨다.
"순천 어땠어요?"
"너무 좋았어요. 정원도 예쁘고 음식도 맛있고."
"그렇지. 순천이 좋지. 나도 다른 데 살다가 여기 왔는데, 이제 못 떠나겠어."


"왜요?"
"편해. 자연도 가까이 있고, 음식도 좋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정원은 언제 생긴 거예요?"
"2013년. 박람회 하면서. 그전까지는 순천이 조용한 시골이었는데, 정원 생기고 유명해졌지."
"좋은 변화네요."


"그럼. 일자리도 생기고, 관광객도 오고. 근데 동시에 순천다움도 지키려고 노력해."
"순천다움?"
"느림. 자연. 남도 정서. 그런 거."
숙소에 도착해서 민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제목은 '순천국가정원, 자연과 맛이 어우러진 남도의 정원'.


"순천만국가정원은 한국 1호 국가정원이다. 2013년 박람회를 계기로 탄생했고, 2015년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112만㎡. 여의도 공원의 3배가 넘는 크기다. 하루에 다 보기 힘들 정도로 넓다."
"겨울 정원을 걸었다. 꽃은 별로 없었지만, 나무들과 연못, 정자가 아름다웠다. 한국정원, 세계정원, 습지센터. 각각의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순천의 진짜 매력은 따로 있었다.


음식이다."
"30년 된 한정식집에서 남도 음식을 먹었다. 15가지가 넘는 반찬, 정성스럽게 만든 나물들, 완벽한 간. 이것이 남도 음식이었다."


"주인 할머니가 말했다. '남도 음식은 정성껏 많이 차려야지.' 그 정성이 느껴졌다."
"순천만 습지를 걸었다. 끝없는 갈대밭, S자 수로, 석양에 물든 황금빛. 자연이 만든 예술이었다."
"택시 기사님이 말했다. '순천은 편해. 자연도 가까이 있고, 음식도 좋고.' 맞는 말이었다."


"순천은 균형이다. 정원과 습지, 인공과 자연, 개발과 보존. 그 균형 속에서 순천만의 매력이 탄생한다."
글을 다 쓰고 블로그에 올렸다.


이번에는 사진을 많이 실었다. 정원 사진, 음식 사진, 갈대밭 사진.
댓글들이 달렸다.
"순천 꼭 가보고 싶어요."
"남도 한정식 먹고 싶네요."
"겨울 갈대밭이 저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어요."
다음 날, 순천만 습지를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새벽에.
"새들 보러 가자."
순천만은 철새 도래지로도 유명했다.
새벽 6시, 습지에 도착했다.
어둠 속에서 새 소리가 들렸다.
해가 뜨자 철새들이 날아올랐다.


수천 마리가 일제히.
"우와!"
하늘을 가득 채운 새들.
"장관이다."
한 시간 동안 새들을 봤다.


흑두루미, 재두루미, 기러기들.
"자연이 살아있구나."
숙소로 돌아와 짐을 쌌다.
"순천, 다시 올 거야?"
"당연하지. 봄에 다시 오자. 꽃 필 때."
"좋아."
KTX를 타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


"올해 마지막 여행 잘 마무리했네."
"응. 1년 동안 정말 많이 다녔어."
"내년에도 계속하자."
"그럼."
창밖으로 전라남도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평야, 산, 바다.
"한국 참 아름다운 나라다."
"응. 우리가 다닌 곳들만 봐도."
민수와 서연이의 아카이빙 1년이 끝났다.
30개의 골목, 30개의 이야기.
산업유산부터 전쟁 상처, 달동네부터 명품 거리, 역사 유적부터 국가정원까지.
다양한 한국의 모습을 기록했다.



그리고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더 깊이, 더 넓게.
순천의 갈대처럼 흔들리며.
철새처럼 자유롭게.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