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143)

"목소리로 피어나는 이야기"

by 이 범



“소연 님, 낭독회 일정은 어떻게 잡을까요?”
청년은 설레는 얼굴로 물었다.
책방 한켠엔 작은 마이크와 조명,
그리고 낭독 순서를 적은 메모들이 놓여 있었다.

소연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번엔 글을 쓴 사람들이
직접 자신의 문장을 목소리로 꺼내는 자리가 되었으면 해요.
그게… 이 공간의 온기를 더 깊게 만들 것 같아요.”

준혁은 커피를 내리며
그 준비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의 눈빛엔 조용한 감동과
책방의 다음 장을 향한 설렘이 담겨 있었다.

그날, 책방은 평소보다 더 분주했다.
낭독회 포스터가 창가에 붙었고,
참가자들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글을 연습하며
책방의 공기 속에 목소리를 실었다.

소연은 노트를 펼쳐
한 문장을 적었다.

> “목소리로 피어나는 이야기는
> 글보다 더 깊게 마음에 닿는다.”

저녁이 되어 준비가 마무리된 뒤,
소연은 창가에 앉아 말했다.
“준혁아,
이제는 책방이
글을 쓰는 공간을 넘어
말을 나누는 자리로 자라나고 있어요.”

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소연아,
그 자람 속에서
우리도 함께 자라고 있어.
그게 참… 기분 좋아.”

밖은 초가을의 바람이 창을 흔들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목소리로 피어나는 이야기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더 깊이 꺼내었고,
그 마음은 또 다른 계절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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