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148)

낯선 제안의 그림자

by 이 범

"낯선 제안의 그림자"

“소연 작가님, 이 책방…
생각보다 훨씬 깊은 온기가 있네요.”
낯선 남성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그는 중견 작가로 알려진 인물이며,
문집을 우연히 읽고 직접 찾아왔다고 했다.

“혹시 이 공간을 기반으로
문학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해볼 생각 있으세요?”
그의 제안은 매력적이었지만,
책방의 본질과는 조금 다른 결을 품고 있었다.

소연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책방은 조용했고,
그 조용함 속에서 그녀는
공간이 품고 있는 의미와 방향을 다시 떠올렸다.

준혁은 커피를 내리며
그 남성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엔 조심스러운 경계와
소연을 향한 보호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날, 책방은 평소보다 더 고요했다.
낯선 제안이 공간의 공기를 살짝 흔들었고,
두 사람은 그 흔들림 속에서
자신들의 마음을 다시 꺼내보았다.

소연은 노트를 펼쳐
한 문장을 적었다.

> “낯선 제안은
> 마음의 중심을 시험하고,
> 그 중심이 흔들리지 않을 때
> 공간은 더 단단해진다.”

저녁이 되어 손님이 모두 돌아간 뒤,
소연은 창가에 앉아 말했다.
“준혁아,
그 제안이 나쁘진 않았어요.
하지만…
책방이 지금까지 품어온 온기를
잃지 않으려면
우리가 더 단단해져야 할 것 같아요.”

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소연아,
이 공간은 네 글에서 시작됐고
우리 마음으로 자라났어.
그 중심만 지킬 수 있다면
어떤 변화든 받아들일 수 있어.”

밖은 초가을의 바람이 창을 흔들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현악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낯선 제안의 그림자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더 깊이 꺼내었고,
그 마음은 또 다른 계절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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