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208)

철학을 비춘 문장

by 이 범


"책방의 철학을 그대로 비추는 느낌이었어요.”

소연은 노트를 펼쳤다.
그 안엔 조용한 문장이
마치 오래된 마음처럼
차분히 숨 쉬고 있었다.

> “나는 잃은 것들로
> 나를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 하지만 이 공간은
> 내가 아직 남아 있는 것들로
> 나를 다시 바라보게 해주었다.”

준혁은 커피를 내리며 말했다.
“소연아,
그 문장은 책방의 철학을
다른 방식으로 꺼내고 있어.
그게 참… 놀라워.”

그날, 책방은 평소보다 더 따뜻했다.
사람들은 그 글을 읽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 울림은 공간을 다시 살아나게 했다.

소연은 노트를 펼쳐
한 문장을 적었다.

> “철학을 비춘 문장은
> 공간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가장 조용한 거울이다.”

저녁이 되어 손님이 모두 돌아간 뒤,
소연은 창가에 앉아 말했다.
“준혁아,
책방이 이제는
사람들의 문장으로
자신을 다시 바라보고 있어요.
그게 참… 고마워요.”

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소연아,
그 거울들이 이어져서
책방이 더 깊어지고 있어.
그리고 그 중심엔…
늘 너와 내가 있어.”

밖은 초가을의 바람이 창을 흔들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철학을 비춘 문장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더 깊이 꺼내었고,
그 마음은 또 다른 계절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작가의 이전글달빛서재 (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