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47)

그애비에 그아들

by 이 범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 마을 어귀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이 세상이 다 틀렸어! 다 틀렸다고!"

백길호가 비틀거리며 소주병을 들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술에 완전히 취한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야! 너희들은 뭘 보고 있어? 어? 이 답답한 세상에서 뭘 보고 살아!"

"아저씨, 집에 가세요. 술 깨고 오세요."


동네 청년 몇 명이 말렸지만 백길호는 더욱 격해졌다.

"집에 가라고? 내가 왜 집에 가야 해! 이 세상 때문에 내 아들이... 내 아들이..."


백길호가 청년 중 한 명의 가슴팍을 밀치자 청년이 화를 냈다.

"아저씨, 이러지 마세요!"


"뭐? 이러지 말라고?"


백길호가 주먹을 휘둘렀고, 청년들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술에 취한 백길호는 금세 바닥에 넘어져 얻어맞기 시작했다.


"아버지!"


마침 그 길을 지나던 백정치가 아버지가 구타당하는 모습을 보고 달려왔다.


"그만 둬! 그만 두라고!"


백정치가 청년들을 밀쳐내며 아버지를 감쌌다.


"야, 백정치! 네 아비가 먼저 시비 걸었어!"


"아무래도 우리 아버지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하지만 청년 중 하나가 백정치의 멱살을 잡았다.


"용서해달라고? 너 같은 밀정 자식이!"


"뭐라고?"


백정치의 얼굴이 붉어졌다.

"모르는 줄 아냐? 네가 서영이 선생을 일본놈들에게 팔아넘겼다는 거 다 알고 있어!"


주변에서 구경하던 동네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러게 말이야... 그 애비에 그 자식이지..."


"밀정질 하더니 이제 와서 뭘..."


"서영이 선생이 돌아가신 것도 다 저놈 때문이야..."


백정치는 주변의 시선과 비난에 몸이 떨렸지만, 아버지를 보호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섰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맞을 일은 아니잖습니까!"


"너도 한 대 맞고 싶냐?"


청년이 주먹을 들어올리자 백정치도 맞서 섰다. 하지만 혼자서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동네 사람들은 말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팔짱을 끼고 구경만 하고 있었다.


"저런 놈들을 왜 말려..."


"자업자득이지 뭐..."


결국 백정치도 아버지와 함께 바닥에 쓰러져 맞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감싸려던 그의 등에도 주먹이 날아들었다.


"정치야... 미안하다... 애비 때문에..."


백길호가 중얼거렸지만, 백정치는 이미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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