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242)

시선이 머문 자리

by 이 범

"시선이 머문 자리"


“소연 님, 참가자들이 새 글을
작은 전시로 꾸며보고 싶다고 해요.”
청년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글 옆에 짧은 메모나
감상문을 함께 붙이면
책방이 또 하나의 흐름을 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소연은 벽면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조용히 걸려 있던 액자들 사이로
새로운 문장이 들어설 자리가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준혁은 커피를 내리며 말했다.
“소연아,
문장이 공간을 채우고 있어.
책방이… 사람들의 시선이 머무는 자리가 되었네.”

그날, 책방은 평소보다 더 따뜻했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글을 인쇄하고
짧은 메모를 붙이며
전시의 구성을 고민했고,
그 과정은
하나의 감정이 되어 책방을 감싸고 있었다.

한 사람이 말했다.
“내 글이 벽에 걸린다는 게
조금 낯설지만…
그만큼 마음을 꺼내는 느낌이에요.
책방은 그런 용기를 만들어주는 곳이에요.”

소연은 노트를 펼쳐
한 문장을 적었다.

> “시선이 머문 자리는
> 감정이 공간을 따라 피어나는 가장 조용한 표현이다.”

저녁이 되어 책방이 조용해진 뒤,
소연은 창가에 앉아 말했다.
“준혁아,
책방이 이제는
사람들의 마음이 눈으로 이어지는 공간이 되었어요.
그게 참… 고마워요.”

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소연아,
그 표현들이 이어져서
책방이 더 깊어지고 있어.
그리고 그 중심엔…
늘 너와 내가 있어.”

밖은 초가을의 바람이 창을 스치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하프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시선이 머문 자리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더 깊이 꺼내었고,
그 마음은 또 다른 계절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