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69)

고향길

by 이 범

기차가 마침내 송정리 역에 도착했다. 증기가 플랫폼에 가득 퍼지는 가운데, 두 여인은 짐을 들고 내렸다.

많은 사람들이 봇짐을 들고 기차에서 내렸다.

개찰구를 나오자 이은주가 누군가를 향해 팔을 올려 손을 흔들었다.

역 앞에는 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얀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막심 이의 남편인 하인 조영감이었다.

조영감이 —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조영감 : "아씨, 오셨습니까. 도련님께서 손님을 모시고 오라 하셨습니다."

이은주: "고마워요, 아저씨. 이분이 강지윤 선생님이세요."

강지윤은 정중히 인사했다. 조영감은 그녀를 흘끗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조영감: (작게 중얼거리며) "아... 도련님께 어울리는 분이시구먼..."


마차가 출발했다. 밀재를 넘자 영광의 여름 들판이 펼쳐졌다. 논에서는 농부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었고, 멀리 산자락이 푸르게 보였다.

강지윤: (창밖을 보며) "참 아름다운 곳이네요."

이은주: "우리 집이 저 산 너머 산아래 읍내에 있어요. 오빠가 매일 오르시는 산이 저기 보이는 물뫼산 이에요."

강지윤은 산을 바라보았다. 산 정상에는 구름이 걸려 있었고, 산자락을 따라 숲이 우거져 있었다.

강지윤: (조용히) "저곳에서... 오빠분이 기도하시는군요."

이은주: "네. 새벽마다 오르신대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마차는 좁은 시골길을 따라 천천히 나아갔다. 이윽고 큰 한옥 기와집 한 채가 보였다. 대문 앞에는 큰 느티나무가 서 있었고, 담장 너머로 살구나무가 보였다.


조영감: "다 왔습니다."

마차가 멈추자, 대문이 열리고 막심 이가 나왔다. 그녀는 이은주를 보자 반갑게 미소 지었다.

막심이: "아씨, 어서 오세요. 도련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은주: "아주머니, 이분이 강지윤 선생님이세요. 경성대학교에서 함께 일하는 분이시죠."

막심 이는 강지윤을 보더니, 잠시 멈칫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무언가 복잡한 감정이 스쳐갔다.

막심이: (공손히) "... 어서 오십시오, 선생님. 안으로 드시죠."

강지윤은 대문을 넘어섰다. 마당에는 아직 아침에 보았던 살구나무가 서 있었다. 대청 쪽에서는 바람에 풍경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대청 끝, 그늘진 곳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하얀 두루마기를 입은 그는 책을 손에 들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강지윤을 바라보는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이산갑.

그는 조용히 책을 덮고, 천천히 마당으로 내려왔다.

이산갑: (차분한 목소리로) "어서 오십시오. 먼 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강지윤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소문으로만 듣던 그 사람. 윤서영을 사랑했고, 지금도 그 그리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 사람.

강지윤: (공손히 인사하며) "... 강지윤입니다. 은주 선생의 초대로 왔습니다."

이산갑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온화함이 있었지만, 동시에 깊은 슬픔이 감춰져 있었다.

이산갑: "강지윤... 선생님이시군요. 은주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식품영양학의 대가라고..."

강지윤: (겸손하게) "과찬이십니다. 저는 아직 배우는 중입니다."

이산갑은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에는 여전히 무언가 무거운 것이 담겨 있었다.

이산갑: "안으로 드시죠. 막심이, 차를 준비해 주게."

막심이: "네, 도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