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73)

대청, 잠시 후

by 이 범

대청, 잠시 후
사람들이 모두 돌아가고, 세 사람만 남았다. 강지윤은 여전히 얼굴이 붉었다.
강지윤: "죄송해요... 소란을 피운 것 같네요."
이산갑: (고개를 저으며) "아닙니다. 오히려... 고맙습니다."


강지윤: (놀라며) "네?"
이산갑: "이 집에 음악이 울린 지... 참 오래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웃는 모습도... 오랜만입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쓸쓸함이 배어 있었다. 강지윤은 그 의미를 알아차렸다.
강지윤: (조심스럽게) "...윤서영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처음이신가요?"
이산갑은 잠시 말을 잃었다. 이은주가 놀라서 언니를 바라보았지만, 강지윤은 이산갑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산갑: (천천히) "...강 선생께서는 서영을 아셨습니까?"
강지윤: (고개를 끄덕이며) "직접 뵌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동경에서 추도식에 참석했었습니다. 조선의 젊은 교육자들이 그분을 기리는 자리였죠."
이산갑: "...그러셨군요."
강지윤: "저는 그분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이 선생님. 그럴 생각도 없고요."
이산갑은 그녀를 놀란 듯 바라보았다.
강지윤: (차분하게) "다만... 만약 제가 이 집에 온다면... 함께 걸어갈 동반자로서 올 것입니다. 서영 선생님의 빈자리를 채우는 게 아니라... 새로운 자리를 만드는 거죠."
이은주는 숨을 죽이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산갑은 긴 침묵 끝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산갑: "...그렇게 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강지윤: "저도... 이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은주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영광의 계몽학당, 민중을 위한 교육... 그런 일을 하시는 분과 함께라면... 저도 제 학문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산갑의 눈빛이 조금씩 밝아졌다.
이산갑: "...강 선생께서는 식품영양학을 연구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강지윤: "네. 특히 조선의 전통 식재료와 영양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산갑: "학당 학생들에게... 영양에 대해 가르쳐주실 수 있겠습니까?"
강지윤: (눈이 반짝이며) "물론이죠! 그게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에요. 민중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
이산갑은 처음으로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
이산갑: "그렇다면... 우리는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지윤: (미소 지으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은주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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