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78)

불갑산자락

by 이 범

불갑산 산자락, 이른 새벽
밤새 걸어온 두 여인은 지쳐 있었다. 동이 트기 시작했고, 산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했다.
민소진: (앞을 가리키며) "저기요, 아씨! 저기 절이 보여요!"


강지윤이 고개를 들자, 산자락 아래 작은 기와집이 보였다. 불갑사 근처의 외갓집이었다.
강지윤: (안도하며) "다 왔구나..."
그녀는 비틀거리며 외갓집을 향해 걸었다. 그때, 산길에서 한 남자가 내려오고 있었다.
하얀 두루마기를 입은 그 남자는...
이산갑.


그는 새벽 순시를 마치고 산에서 내려오는 길이었다. 강지윤을 보자 깜짝 놀라 멈춰 섰다.
이산갑: "강... 선생님?"
강지윤은 그를 보자마자 눈물이 터져 나왔다.
강지윤: (목이 메어) "이 선생님..."
이산갑: (다급히 다가와) "무슨 일이십니까? 왜 이 시간에..."


강지윤: "아버지가... 제 혼사를..."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이산갑은 그녀를 부축하며 놀랐다.
이산갑: "진정하십시오. 천천히 말씀하십시오."
민소진: (대신 설명하며) "아씨 아버님께서 다른 분과의 혼사를 강요하셔서... 아씨께서 어머님을 찾아 불갑 외갓집으로 가시는 길입니다."
이산갑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산갑: "...그러셨군요."
강지윤: (눈물을 닦으며) "죄송합니다... 제가 약속을 지킬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산갑은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이산갑: "아닙니다. 제가... 제가 직접 강 선생님 아버님을 찾아뵙겠습니다."
강지윤: (놀라며) "안 됩니다! 아버지께서 무인 집안이라고... 성리학 가문과는 혼인할 수 없다고..."
이산갑: (단호하게) "그렇다면 제가 설득해야죠. 저는... 선생님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강지윤은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이산갑: "우선 외갓집으로 가십시오. 어머님을 뵙고 쉬십시오. 저는... 제가 할 일을 하겠습니다."
강지윤: "하지만..."
이산갑: (부드럽게) "믿어주십시오. 우리가 함께 걸어가기로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강지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또 흘러내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희망의 눈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