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건국의 서막
건국의 서막
기원전 19년 겨울, 졸본성
눈발이 거세게 휘날리던 그날, 소서노는 궁궐 뒤뜰에 홀로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남편 주몽이 남긴 옥패가 쥐어져 있었다. 차갑고 단단한 옥의 감촉이 그녀의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소서노."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그녀는 천천히 돌아섰다. 열여섯 살의 소년 유리가 서 있었다. 주몽의 부여에서의 전처소생, 그리고 이제 막 태자로 책봉된 고구려의 후계자.
"태자마마." 소서노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어머님이라 불러도 되지 않겠습니까?" 유리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아니 됩니다. 저는 이제 선왕의 과부일 뿐, 태자마마의 어머니가 아닙니다."
침묵이 흘렀다. 눈만이 소리 없이 두 사람 사이의 공간을 채워갔다.
"온조와 비류는 어디 있습니까?"
"연무장에 있을 겁니다. 늘 그곳에 있으니까요."
유리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돌아섰다. 소서노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소년이 왕이 되면, 내 아들들은 어떻게 되는가.'
소서노는 밤이 깊어질 때까지 궁궐의 불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어붙은 궁궐 담장 너머로 젊은 유리 태자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왕이 된다는 것, 그 속에서 그녀의 두 아들 온조와 비류의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어머니, 춥지 않으세요?"
온조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그녀의 어깨에 모피를 둘러주었다.
그 뒤로 비류가 서 있었다. 비류는 아무 말 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휘영청 밝은 달, 그리고 그 아래로 나란히 서 있는 세 사람.
소서노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이곳에서 더 머문다면, 너희의 꿈은 얼어붙고 말 것이다."
온조와 비류는 서로를 바라봤다.
"남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비옥한 땅과 따뜻한 기후, 새로운 사람들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나라를 세울 곳을."
며칠 뒤, 소서노와 두 아들은 충직한 무사들과 함께 졸본성을 떠났다. 그 발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눈 덮인 산길을 넘어, 한강 유역을 향해 나아갔다.
봄이 찾아왔을 때, 그들은 한강 남쪽의 넓은 들판에 도착했다. 강물은 유유히 흐르고, 들판에는 새싹이 돋았다.
온조가 말했다.
"이곳이라면, 우리의 깃발을 꽂을 수 있습니다."
소서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백제의 역사가 첫 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