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2)

비 오는 목요일 오후

by 이 범

스무 번째 면접 탈락 문자에 눈을 떼지 못한 채, 나는 우산도 없이 빗속을 걷고 있었다. 물에 젖은 운동화가 축축하게 발을 감싸고, 머리카락은 이마에 들러붙었다. 그래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울 힘조차 없었다.

"이제 정말 끝인가 봐..."

그 순간, 골목 끝에 은은한 불빛이 보였다.

문을 열자, 종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따뜻한 커피 향과 나무 내음이 코끝을 간질였다. 내가 들어온 걸 눈치챈 듯, 카운터 너머에서 한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비 많이 오네요. 우산 없으셨나 봐요.”
낯선 목소리인데 이상하게 편안했다. 그는 검은 머리에 따뜻한 눈가 주름이 있는 사람이었다. 말을 걸어준 것만으로도, 나는 조금 덜 외로워졌다.

“따뜻한 거 드릴게요. 꿀 라떼 좋아하세요?”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의 손놀림은 부드럽고 정성스러웠다. 마치 커피 한 잔에 위로를 담으려는 듯했다.
나는 창가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창밖의 빗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흐르고,그 너머로 그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그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커피가 놓인 순간, 나는 처음으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따뜻하죠?”
그의 말에 나는 작게 웃었다.
“네… 정말 따뜻해요.”그날, 나는 꿀 라떼 한 잔으로 세상을 다시 믿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 남자의 눈빛에서, 아주 작은 희망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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