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영의즉음
영광 이씨 가문 저택, 1935년 이른 봄
매화꽃이 피기 시작하는 3월이었다. 하지만 이산갑의 집안은 봄의 기운과는 무관하게 침울한 분위기에 잠겨 있었다.
안채에서는 **민지영(閔智英)**이 누워 있었다. 이산갑의 어머니이자, 명성왕후와 인연이 있었던 여인. 그녀는 지난 겨울부터 병을 앓기 시작했고, 봄이 와도 기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막심이: (눈물을 글썽이며) "마님, 약을 좀 드셔야지요..."
민지영: (힘없이 손을 흔들며) "괜찮아... 이제는... 약도 소용없어..."
방 안에는 이산갑, 강지윤, 그리고 이산우, 이산호 형제들이 모여 있었다. 이은혜와 이은주도 어머니 곁을 지키고 있었다.
이산갑: (어머니의 손을 잡으며) "어머니, 그런 말씀 마십시오. 곧 나으실 겁니다."
민지영: (미소 지으며) "산갑아... 너는 늘... 거짓말이 서툴렀구나..."
강지윤은 시어머니의 다른 손을 잡고 눈물을 참았다.
강지윤: "어머님..."
민지영: "지윤아... 고맙구나. 네가 와서... 산갑이가 다시 살아났어..."
강지윤: (눈물을 흘리며) "어머님, 저는 아직 아무것도 못 했어요. 효도도 제대로..."
민지영: (고개를 저으며) "아니야... 네가 이 집에 온 것만으로도... 충분해..."
민지영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식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민지영: "산우야..."
이산우: (다가서며) "네, 어머니."
민지영: "너는... 형을 잘 도와라... 네가 형의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이산우: (목이 메어) "네... 네, 어머니..."
민지영: "산호야..."
이산호: (무릎을 꿇으며) "네, 어머니."
민지영: "너는... 욕심을 버려라... 권력을 좇지... 말고... 사람을 소중히 여겨라..."
이산호: (눈물을 흘리며) "...네, 어머니. 명심하겠습니다."
민지영: "은혜야... 은주야..."
두 딸이 어머니 곁으로 다가왔다.
이은혜: (흐느끼며) "어머니..."
이은주: (손을 꽉 잡으며) "어머니, 가지 마세요..."
민지영: "너희는... 여자로 태어나... 고생이 많았지... 하지만 너희는... 강하구나... 자랑스럽다..."
이은주: (울음을 터뜨리며) "어머니!"
민지영은 다시 이산갑을 바라보았다.
민지영: "산갑아... 내 장남아..."
이산갑: (눈물을 참으며) "네, 어머니."
민지영: "너는... 네 아버지를 닮았어... 정의롭고... 강직하지... 하지만..."
이산갑: "..."
민지영: "너무... 무리하지 마라... 네 목숨도... 소중하단다... 서영이처럼... 되지 말아라..."
이산갑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산갑: (목이 메어) "...네, 어머니."
민지영: "그리고... 지윤이를 잘... 대해주렁... 그 애는... 좋은 아이야... 너를 사랑하게... 될 거야..."
강지윤은 시어머니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강지윤: (울며) "어머님...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 제발..."
민지영: (미소 지으며) "고맙구나... 지윤아... 내가 못 본... 손주들을... 잘 키워다오..."
강지윤: "네... 네, 어머님..."
민지영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녀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이산갑: "어머니!"
막심이: (달려와 맥을 짚으며) "...아직... 숨이 붙어 계십니다..."
민지영은 다시 눈을 떴다. 하지만 그 눈빛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민지영: (힘없이) "산갑아... 명성왕후님께서... 나를 부르신다..."
이산갑: "어머니!"
민지영: "왕후님... 이제... 갑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민지영: (마지막 숨을 내쉬며) "너희들... 모두... 행복해라..."
민지영의 손이 축 늘어졌다.
막심이: (울먹이며) "마님... 마님!"
이산갑: (어머니를 흔들며) "어머니! 어머니!"
이은주: (울부짖으며) "어머니이이이!"
방 안이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