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에 맺힌 이슬을 보며 님을 그리다

by seungbum lee

풀잎에 맺힌 이슬을 보며 님을 그리다

새벽의 정적을 깨고 풀잎 끝에 매달린 이슬을 바라본다. 밤사이 내린 차가운 기운을 머금은 듯, 투명하고 영롱한 작은 물방울들은 마치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닿을 듯 말 듯 위태롭게 매달린 모습은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 하지만, 그 찰나의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시선을 붙잡기에 충분하다.

어린 시절, 새벽 산책길에 만났던 이슬은 신비로운 존재였다.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만져보면 차갑고 촉촉한 감촉이 느껴졌고, 햇살이 비추면 무지개 빛으로 반짝이는 모습은 작은 기쁨을 선사하곤 했다. 그 순수하고 맑은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한참 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던 기억이 새롭다.

오늘 아침 다시 만난 이슬은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그리운 당신을 떠올리게 한다. 맑고 투명한 당신의 눈빛처럼,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이슬방울. 그 안에 비치는 세상처럼, 당신의 마음은 늘 맑고 순수했다. 덧없이 사라질 듯 위태로운 모습마저 당신을 닮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당신의 그림자는 늘 내 마음속에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이슬방울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고, 햇살이 강렬해지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영원할 것 같던 그 맑음도 순간일 뿐이다. 마치 우리의 만남처럼. 짧았지만 강렬했던 당신과의 시간은 한 방울의 이슬처럼 내 마음속에 깊은 흔적을 남기고 사라졌다.

하지만 이슬이 사라진 자리에 촉촉함이 남아 풀잎을 더욱 푸르게 만들 듯, 당신이 떠난 자리에도 따뜻한 추억과 그리움이 남아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덧없이 사라지는 존재일지라도, 그 순간의 아름다움은 영원히 기억될 수 있다는 것을 이슬은 조용히 속삭여주는 듯하다.

아침 햇살이 더욱 강렬해진다. 풀잎 위의 이슬들은 서서히 그 모습을 감춘다. 하지만 괜찮다. 사라지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니다. 곧 다시 밤이 찾아오고, 새벽이 되면 새로운 이슬이 맺힐 테니까. 당신과의 아름다운 기억도 마찬가지다. 비록 지금은 눈앞에 없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영원히 반짝이는 이슬처럼 남아있을 것이다.

오늘 하루도 당신을 그리워하며, 풀잎에 맺혔던 이슬의 맑고 투명했던 순간을 기억하며 살아가리라.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내 마음속 이슬이 마르지 않도록, 당신을 향한 그리움을 소중히 간직하리라 다짐해본다.

경기 파주시에서 아침 이슬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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