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6)

내마음엔 다시 비가내리고 있었다.

by 이 범


카페 문이 열렸다.
나는 창가 자리에서 컵을 닦고 있었고, 준혁은 평소처럼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그때 들어온 손님은 또렷한 인상의 여성.
단정한 셔츠에 고급스러운 분위기.
그녀는 익숙한 듯, 곧장 카운터로 향했다.



“오빠, 오랜만이네.”
그녀의 말에 나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오빠…?’준혁은 놀란 듯 고개를 들었지만, 곧 미소 지었다.
“지은아, 갑자기 웬일이야?”
지은. 그의 여동생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몰랐다.
그녀가 준혁의 앞에 앉아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나는 괜히 컵을 더 닦았다.
이미 깨끗한 컵인데도, 손이 멈추지 않았다.

“저분… 자주 오시는 분이에요?”
내가 조심스럽게 묻자, 준혁은 웃으며 말했다.
“아, 지은이요? 내 동생이에요. 오늘은 갑자기 들렀네요.”
그제야 나는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내 안의 감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날, 나는 평소보다 일찍 카페를 나섰다.
준혁은 내게 커피를 건네며 말했다.
“소연 씨, 오늘은 왜 이렇게 조용하세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날씨 탓인 것 같아요.”

밖은 맑았지만, 내 마음엔 다시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 비는 질투도 아니고, 오해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그 사람을 조금 더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창밖으로 햇살이 비치는데, 소연의 마음속에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녀는 자꾸만 카페의 그 순간을 떠올렸다. 지은이라는 이름, 준혁의 편안한 미소, 그리고 '오빠'라는 호칭에 순간적으로 굳어버렸던 자신의 모습.
'나 왜 이러지?'
소연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동생이라는 걸 알고도 마음이 편치 않았던 건, 단순히 오해 때문이 아니었다. 준혁과 누군가가 친밀하게 이야기하는 모습 자체가 낯설고 불편했던 거였다.
그녀는 멈춰 섰다.
매일 아침 그가 건네는 커피, 장난스럽지만 따뜻한 말투, 비 오는 날의 우산. 어느새 소연의 하루에 준혁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었다. 그리고 오늘, 그 감정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았다.
핸드폰이 울렸다.
[준혁]
"내일 새로운 원두 들어와요. 소연 씨 취향일 것 같은데, 먼저 맛볼래요?"
소연은 화면을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지만, 어쩐지 조금 따뜻했다.
그녀는 천천히 답장을 적기 시작했다.

월, 화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