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13)

작은메모지

by 이 범

책방 공간은 이제 제법 그럴듯해졌다.

낡은 책장엔 소연이 고른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고,

작은 메모지엔 그녀의 손글씨가 담겨 있었다.

‘이 책은, 마음이 무너질 때 나를 붙잡아준 문장들.’


준혁은 그 메모지를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

“소연 씨 글씨, 참 따뜻해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글씨가 따뜻한 건… 그걸 읽어주는 사람이 따뜻해서 그런 거예요.”


그 말에, 준혁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와, 작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그 위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소연 씨가 있는 이 공간이, 요즘 제 하루 중 가장 따뜻한 시간이 돼요.”


나는 그 문장을 읽고, 숨을 고르듯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은 조용했고, 진심이었다.


“준혁 씨.”

내 목소리는 조금 떨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저도 그래요.

이 공간이 좋아서 오는 줄 알았는데…

이젠 그 공간에 있는 사람이 더 좋아요.”


그 순간, 카페 안은 조용했다.

커피 머신 소리도, 음악도 멈춘 듯했다.

오직 두 사람의 마음만이, 그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준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창가 구석진 자리를 가리켰다.

“그 자리… 처음 소연 씨가 앉았던 곳이죠.

그때부터였어요.

이 공간이 조금 더 따뜻해진 건.”


나는 그 자리를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그 자리에서 시작된 작은 인연이,

이제는 마음의 온도를 바꾸고 있었다

월, 화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