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12)

서로의마음

by 이 범

“이 책장은 여기 두면 어때요?”

나는 카페 구석 공간을 바라보며 말했다.

준혁은 책장을 옮기던 손을 멈추고,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좋아요. 햇살이 잘 들어오니까, 책들이 더 예뻐 보일 것 같아요.”


우리는 함께 책을 정리하고, 작은 메모지를 붙였다.

‘추천: 마음이 지칠 때 읽는 책’

‘소연이 고른 위로의 문장’


그 공간은 점점 책방의 모습을 갖춰갔다.

작고 조용하지만, 따뜻하고 단단한 꿈의 시작이었다.


“소연 씨, 이 공간… 정말 좋아요.”

준혁이 말했다.

“여기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요.

그건 아마… 소연 씨가 만든 분위기 때문일 거예요.”


그 말에 나는 조심스럽게 그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따뜻했고,

그 눈빛 속에서 나는 용기를 냈다.


“준혁 씨.”

그가 고개를 들었다.

“저… 요즘 자꾸 생각해요.

이 공간이 좋아서 오는 건지,

아니면… 준혁 씨가 있어서 좋아지는 건지.”


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와, 책 한 권을 내밀었다.

표지는 『달빛 아래서』

그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고 했다.


“이 책, 마지막 장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그는 조용히 읽었다.

“사람은 결국, 누군가의 곁에서 가장 자신다워진다.”


그 문장을 듣는 순간,

나는 그가 내 마음을 알고 있다는 걸 느꼈다.

말하지 않아도, 닿는 마음.

그건 고백보다 더 깊은 연결이었다.


밖은 어둑해졌고,

책방 구석엔 작은 스탠드 불빛이 켜졌다.

그 불빛 아래서,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가까이 놓았다.

월, 화 연재